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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1 19:48 수정 : 2010.02.21 19:48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마침내 여권 내부의 전면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여권의 1인자와 2인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제 상황은 ‘파국’ ‘좌절’ ‘퇴각’ 중 하나의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여권에 승자가 있을 수 있을까? 해답은 ‘없다’이다. 그것은 여권이 놓인 기묘한 적대적 공생상태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승리하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승리하지 못하였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 없이는 의회 내 절대다수를 확보할 수 없었다. 박근혜 역시 탈당의 순간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둘은 화학적으로 결합하지도 못했다. 이른바 ‘공생적 적대’ ‘파국적 균형’이라는 것이다.

먼저 대통령은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는 끝내 힘으로 관철시킬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그 지지세력을 잃는 여권분열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친박계가 탈당하면 소수여당으로 전락하며, 탈당하지 않더라도 힘으로 제압당한 박근혜(계)의 국정지지는 얻기 어렵다. 물론 좌절할 경우 대통령으로서의 국정장악력은 촛불 시점 이상 추락할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후퇴한다면 권력누수는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삼면 유곡이다. 게다가 만약 차기 권력이 박근혜나 야당으로 넘어간다면, 수정되더라도 수정안은 재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계에게 진정 두려운 87년 체제의 법칙은 민정계·민주계·동교동·친노 단 하나도 정권을 재창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제 쟁취 이외에는 권력투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야당과의 경쟁 이전에 그는 먼저 여권 내, 특히 대통령을 상대로 한 권력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승복과 탈당은 곧 패배이기 때문이다. 87년 이후 모든 2인자들이 직면했던 동일한 문제다. 김영삼·김종필·이회창·노무현·정동영, 5인 중 둘은 성공했고 셋은 실패했다. 그는 과연 ‘승복을 통한 권력쟁취’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세종시 문제의 출발은 대통령이나, 결정은 국회와 국민 몫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입법·사법·행정이 모두 동의하고 자신이 대선에서 약속한 현행 정책과 법률에 대한 존중 의지를 먼저 표명했어야 했다. 즉 최소한의 준법정신이다. 현 정부의 특징은 법치와 삼권분립의 과도한 파괴인데, 특히 중요한 사안일 경우 기존 입법과 법원 판결을 자주 조롱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당내 경선·대선에서 현재의 수정방안을 제시하고 지지를 구하는, 정치의 최소 신의성실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러한 표변을 보며 앞으로 누가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신뢰하고 정책선거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셋째는 여권 내부의 의견조율이다. 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며 대통령은 직접 여권 내 의견조율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왜 허세 총리를 내세우고 측근을 동원하고 여론전을 전개하는 우회방식을 택했는가?

세종시 문제 하나로 국정이 마비되어선 안 된다. 늦었지만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기존 법률·정책·공약의 존중 의지를 먼저 밝히고, 객관적인 수정사유를 정중히 설명하며, 대선 공약과 달라진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여권 내부의 동의를 먼저 구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변심 하나 때문에 입법·사법·행정의 민주적 결정들과 대선 공약이 부정당한 상황을 이해시킬 수 있다. 그런 연후에 국회와 국민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갑자기 던져지는 대통령 프로젝트나 마음 때문에 나라가 반쪽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통령은 낮아질수록 높은 것을 얻는다는 신앙을 갖고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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