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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5 19:34 수정 : 2010.03.05 19:34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일전에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신 미-일 안보조약 체결 50돌과 관련해 한 일본 언론사가 기획한 오키나와 현지 전문가와의 대담을 위해서였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서인지 거리의 간판에도 중국식 한자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거대한 미군기지에 둘러싸인 기지촌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반환이 결정되었지만 이전 후보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후텐마 비행장은 활주로 바로 옆에 주택지와 학교가 밀집해 있다. 5년 전에는 미군 헬기가 활주로에 인접한 오키나와국제대학 구내에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알 수 있듯이 평지가 별로 없고 그 대부분을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으니 위험한 곳에도 주택과 대학을 다닥다닥 지을 수밖에 없다.

후텐마 비행장 바로 앞의 해변을 가리키면서 안내해준 류큐대학의 가베 마사아키 교수가 하지 장군도 이곳에 상륙했다고 귀띔해줬다. 1945년 4월 오키나와 상륙작전에 참가한 후 제24군단을 이끌고 남한의 미 점령군 사령관으로 서울에 진주한 하지 중장이다. 오키나와와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되돌아보게 했다.

조금 더 북쪽에 있는 가데나 비행장은 동아시아 지역 최대의 미군기지다. 3500m 활주로 2개를 가지고 있어 나리타 국제공항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기지를 짊어지고 있는 자치체 가데나초 면적의 83%에 이른다. 일본군의 작은 공항이 이처럼 거대화한 것도 한국전쟁이 계기다. 지금도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정찰기(RC135)가 이곳에서 이륙해서 한반도 주변을 선회하고 돌아온다. 후텐마보다 활발한 각종 군용기의 이착륙을 보고 있노라면 한반도와 직결된 최전선이라는 실감이 든다. 활주로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는 일본 방송사 카메라맨이 상주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군사행동이 있으면 이들도 바빠진다. 활주로 바로 건너편에는 3000㏊에 이르는 탄약저장고 지역이 펼쳐진다. 희귀 동식물이 사는 삼림지역이지만 이전에는 전술 핵무기도 여기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지금 오키나와의 가장 큰 관심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다. 지난해 민주당 정권이 성립했을 때 오키나와는 기대에 부풀었다. 지난해 총선거 때 자민당은 오키나와 네 선거구에서 전패했다. 그만큼 정권교체를 바라고, “현외 또는 국외 이전”을 내건 민주당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가 일관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은 오키나와 현내의 여기저기에 기지 기능을 분산시키는 안으로 미국과 교섭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망감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으로서도 몇 가지 오산이 있었던 듯하다. 집권 초기 민주당에 가까운 정책브레인들 중에는 오바마 정권이 부시 정권의 미군 재편 계획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 기지 문제의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발상과 노력이 보였다. 그러나 오바마도 핵정책에서 보이듯이 미 군부의 기득권적 저항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가베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빨리 진전되었더라면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해소도 좀더 쉬웠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5월까지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6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일 동맹과 오키나와 기지 문제에서 자민당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득권의 벽에 부닥쳐 지지층 이탈과 정권 불안의 악순환에 빠질지를 가늠하는 기로를 맞게 된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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