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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1 22:32 수정 : 2010.03.11 22:33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계 최저인 우리의 출산율이 더 떨어져 1.15가 되었다. 부부가 아이 하나 길러내는 격이다. 한동안 출산파업이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그 말에서 풍기듯 저출산이 우리 여성들의 의지와 선택의 결과는 아니다. 1980년 2.5를 넘던 출산율이 2000년대 중반에 1.2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여성들의 희망 출산아 수는 2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이다. 팍팍한 살림, 여의치 않은 사정 때문에 출산을 미루게 되고, 때를 놓쳤을 뿐이다. 이렇듯 우리의 저출산은 출산과 양육 여건이 악화된 탓이 큰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5년째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성적이 과히 좋지 않다. 정부의 대책이 벽에 부닥쳤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우선 양육비 부담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이 특히 심한 것도 아이 양육 비용이 유독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도 부모가 지는 부담을 덜어주는 선에서 해결책을 구했고, 출산비를 지원하는 정책도 나왔다. 하지만 부모들이 느끼는 부담의 뿌리는 훨씬 더 깊고, 그 중심에는 대학 교육 걱정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나날이 늘어나고 그 대부분을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교육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담이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처럼 여성이 양육과 경제활동을 같이 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아이를 갖기 위해 치러야 할 희생이 너무 크다. 변변한 보육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고 양육휴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일과 가정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정부의 양육지원 확대가 절실하지만, 개발연대의 성장주의에 젖어 있는 기업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장시간 근로와 야근이 일상이 된 한국 사회에서 가사와 양육은 전업주부의 희생 없이 지탱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제 맞벌이가 가족의 새로운 표준으로 바뀌는데 기업의 장시간 근무 관행은 여전하니, 정부의 어떤 훌륭한 보육지원으로도 가정의 늘어난 부양 욕구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여성 차별의 문화까지 뿌리 깊은 우리 기업에서는 회사 관둘 각오를 하지 않고는 법정 휴가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렇게 직장생활에 짓눌려 사는 여성에게 출산 기피는 가정을 보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문화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가 다양해져 미혼이나 동거 상태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프랑스는 출산율 1.9로 가장 성공적으로 저출산을 이겨낸 나라에 속하지만, 출산의 40% 가까이가 비혼 출산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출산이 결혼의 틀 안에서만 허용되기에 비혼 출산 대신 낙태가 만연하고 있다.

3월 초 정부는 낙태 대책을 발표하였다. 매년 신생아 수가 45만인 나라에서 낙태가 35만건에 이르니 사태가 심각하다. 낙태 예방만으로도 출산율이 2를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낙태 단속과 처벌만을 내세우고 있어,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아파하는 미혼모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기혼여성에 대한 이해를 찾아보기 어렵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나는 나쁜 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수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은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리라!

“오늘도 차창 밖으로 워킹맘들이 지나간다/ 매일 아침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쁜 엄마가 된 채 일터로 향하는 우리들/ “아빠, 힘내세요” 하는 노래도 있는데/ 왜 생계와 양육과 가사를 짊어진 우리들을 위한 응원가는 없는 걸까?”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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