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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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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의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리콜에서 시작된 도요타 사태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쪽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미국 의회 청문회 증언을 계기로 사태가 가라앉기를 희망했지만, 최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검찰이 도요타자동차를 사기죄로 기소하는 등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도요타자동차는 전세계에서 850만대의 자동차를 리콜했는데, 이로 인한 손실은 어마어마한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도요타자동차의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 상실로 예상되는 판매 감소와 사망자 및 부상자와 관련한 법률 소송에 따른 엄청난 배상액일 것이다. 과거 품질과 안전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던 도요타자동차가 이처럼 궁지에 몰리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즉 세계 1위 자동차회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지나치게 급속한 성장, 상명하달식 기업문화, 지나친 비용절감 노력, 막대한 광고비와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한 언론의 비판 기능 상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도요타 사태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즉 도요타자동차의 급속한 성장의 그늘에 “마른 수건 쥐어짜기”로 불리는 강도 높은 노무관리와 노동조합에 대한 억압이 숨어 있으며 이것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이돌푸스 타운스 의원은 도요타자동차의 소수파 노동조합이 2006년 당시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에게 보낸 메모를 언론에 공개하였다. 도요타자동차의 지나친 인력감축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과다사용으로 숙련된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비용절감 노력으로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메모를 철저하게 무시하였다. 이는 곧 도요타자동차 쪽이 지나친 노동강도, 비정규직 과다사용, 지나친 비용절감 등으로 인해 자동차의 안전과 품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도요타자동차는 몇년 전부터 일본 국내에서 해마다 100만대에 이르는 자사 제품을 리콜해왔다. 이번 세계적인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는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자동차회사들도 그동안 도요타 따라 배우기에 열중했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시스템뿐만 아니라 작업편성의 효율성, 협력적 노사관계 등은 모두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목표였다. 그러나 바로 이런 도요타의 비용절감 노력과 노무관리, 노사관계 정책 자체가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 문제를 낳은 근본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외면했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등 살인적인 노동강도, 과다한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 노사협력이란 미명 아래 노조 길들이기 등은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이 도요타보다 더 극단적으로 추진해온 정책들이다. 따라서 단순히 품질 문제, 안전 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라는 회장의 지시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과다한 비정규직 사용과 외주하청을 줄이며, 노동조합의 참여와 비판 기능을 보장함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올바로 할 수 있을 때 또한번의 도요타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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