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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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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들어서서 워낙 사회적으로 커다란 뉴스가 많아 이제 국민들도 웬만한 뉴스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물갈이를 위해 큰집에서 조인트 까고 있다는 개그 수준의 발언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한테서 나옴으로써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처럼 이야기되던 공영방송 장악의 심각성이 표면화되었다. 사회 각층의 비판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정권의 끊임없는 노력은 결코 언론만이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해임과 문예진흥기금 지급 조건 파동 등에서 보듯이 문화계 길들이기는 물론, 최근 사법부마저 종속시키기 위해 철저한 계획 속에 진행되는 상황 역시 눈뜨고 볼 수 없을 추태에 가깝다. 또한 불교계의 고질적인 모습에 참신한 개혁 의지를 보였던 강남 봉은사에 대한 종단 결정에 여당 핵심 인사의 망령이 그림자처럼 있었음을 볼 때 종교계 길들이기도 수위를 꽤나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일전에 조계사 경내에서 예정되었던 시민단체의 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정부의 압력이 있었고, 정부의 여러 정보매체에서 불교 쪽 정보가 종종 왜곡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제대로 된 항의는커녕 오히려 외부 압력에 굴복하는 불교계도 문제가 많지만 이런 일련의 모습에서 정부의 강력한 ‘조인트 까기’는 일상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정부 의지는 교육계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표면에 나타난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 대한 사법조처는 물론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대학 교육에 대한 은밀한 작업이다. 현 정권 들어서서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의 표면적 이유는 더 나은 교육과 연구 환경을 위한 시도이다. 이 취지에 반대하는 교수나 학생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과 연구 외에도 사회적 기능이 있다. 자율적인 비판정신의 함양이 중요한 대학은 동서양 막론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여 다양성에 근거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 그것은 정권의 성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대학이 취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국회 상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법은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대학 기능을 철저히 견제하고 있다. 권한이 집중되어 교수 해임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이사회 구성에 정부 인사의 개입이 노골적이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보여준 대학의 역사성과 사회적 기능을 무시하고 단지 교육과 연구라는 명분만 전면에 내세워 외국의 법인화 모델을 따르자는 주장은 외국과 같이 자유로운 정부 비판이 보장된 사회와 정권의 조인트 까기가 횡행하는 한국 사회의 차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경쟁과 취업률만 따지며 다양한 학문과 비판정신이 사라진 대학은 여자는 출산율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권 인사의 발상과 유사하다. 더욱이 정부 안은 이미 지적된 바와 같이 좋은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도 미비한 점이 많고 역효과가 예상되는 졸속법안이다. 제정되어도 곧 개정이 필요하다는 법학자의 의견도 있다. 따라서 대학의 발전적 변화에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대부분의 서울대 교수가 속해 있는 서울대교수협의회마저 정부 안에 반대하고, 다른 학내 구성원들도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법인화를 서두르는 현 서울대 보직교수단을 보면서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문득 ‘혹시 서울대 총장님도 조인트를…?’이라는 우스운 생각마저 든다. 어차피 현 정권 들어서 얼마나 희극적인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가. 불행히도 가장 비극적인 것은 종종 희극적으로 나타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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