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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8 20:10 수정 : 2010.04.08 20:10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일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작부터 노사가 인상폭을 둘러싸고 큰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에서는 지난해 금융위기의 여파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10년 만에 최저인 2.75% 인상에 그친데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보다 26% 오른 시간당 5180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아직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시급 4110원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의 주장 모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최저임금제의 기본 취지에 비추어 판단해야 할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서는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은 부차적인 것이며 근로자의 생활안정이 최저임금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인가?

국가가 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최저생계비는 2010년 현재 1인 가구 50만4000원, 2인 가구 85만8000원, 3인 가구 111만원, 4인 가구 136만3000원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금년도 최저임금액 85만9000원은 2인 가구가 최저생계를 빠듯하게 유지할 정도의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미만 급여를 받는 근로자 175만명(2008년 8월 기준) 가운데 약 절반이 넘는 92만명이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연령층으로 나타나고 있어 대체로 이들의 경우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3인 가구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136만원으로 4인 가족이 과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약 절반 정도(3인 가구 이상)는 최저임금만으로는 국가가 정한 최저한의 생계수준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태에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한국은 37%(2007년 기준)로서 자료 입수가 가능한 회원국 18개국 가운데 꼴찌에서 셋째로 나타나 다른 선진국에 견줘서도 매우 낮은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약 10%에 해당하는 175만명은 최저임금보다도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주로 최저임금법이 근로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실태조사에서도 사용자의 13.7%만이 최저임금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저 그렇다”가 49.5%, “잘 지켜지지 않는다”가 36.7%로 나타나 상당한 수의 사용자가 최저임금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최저임금은 단순히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안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을 위한 내수 촉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지므로 경제위기 과정에서도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는 최저임금 제도의 의의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근로현장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사라지도록 정부 관계부처에서는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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