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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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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의 해결 시한으로 설정한 5월로 접어들었다. 미국과도 실무접촉이 시작되었고, 곧 오키나와 현지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거 공약으로 내건 “국외 이전, 적어도 현외 이전”은 사실상 지키지 못하게 됐다. 언론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하토야마 정권의 최종안은 자민당 정권이 합의한 현행안(헤노코 해안지역)을 약간 수정하고, 미 해병대 훈련기능의 일부를 오키나와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8개월 남짓 방황한 끝에 결국은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소음과 위험 등으로 주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어온 훈련기능 일부의 “현외” 이전을 “성과”라고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다. 이전 대상으로 지목된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의 반대운동도 거세며, 미 해병대도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시한인 “5월 말”까지 현재보다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으로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의 사실상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참여의 검찰심사회가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불기소 방침을 정했던 검찰도 다시 수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오자와 간사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거세질 조짐이다. 민주당 정권으로서는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의 동반사임을 포함해 “잔인한 5월”이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론의 비판과 실망은 후텐마 기지 이전안의 내용 자체보다도 하토야마 정권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대한 것이다. 후텐마 문제는 미-일의 이전 합의 이후 대체지역을 찾지 못해 14년 이상 끌어온 어려운 문제다. 하토야마의 민주당이 “국외, 적어도 현외”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도 기대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한 것이 사실이다. 집권한 뒤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어 서서히 수정을 했어도 여론의 비판은 그리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는 여전히 기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두 가지 면에서 판단 착오와 차질이 있었던 것 같다. 첫째로 민주당을 사실상 통괄해온 오자와 간사장이 잇따른 정치자금 관련 수사로 행동이 제약된 점이다. 하토야마 총리 자신은 강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가가 아니며 당내의 정치적 조정도 오자와에게 의존해온 부분이 크다. 오자와 체제가 흔들리면서 민주당은 정책적으로도 혼란된 모습을 보였다. 하토야마 총리가 가장 중시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정체상태다. 둘째로는 미국 오바마 정권에 대한 기대가 어긋난 측면도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국외 이전”을 포함한 공약을 자신있게 내건 배경에는 후텐마 기지에 주둔하는 해병대 병력의 대다수를 괌으로 이전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군사력의 해외배치에 대해 부시 정권과는 다른 접근을 할 오바마 정권과 “미래지향”의 미-일 동맹을 새로이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지 문제를 푼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두 개의 전쟁에 쫓기는 오바마 정권 자신이 군부의 저항을 억제할 정치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대는 빗나갔다.
총리와 간사장이 동반사임을 해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현재로는 높다. 자민당의 약체화가 더 현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계 총리가 당내를 통합해서 정책을 체계적으로 실행할 기반을 재정비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일본 정치와 외교의 시계가 붙투명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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