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07 20:33
수정 : 2010.06.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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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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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나타나는 모든 사건은 반드시 뜻이 있다. 곧 역사는 뜻이다. 삶도 뜻이다. 우리에게, 내게 왜 그 사건이 생겼는지 꼭 뜻이 있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자와 무지한 자는 그 뜻을 아느냐 모르느냐, 알려고 하느냐 아니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한 집단의 명운과 한 사람의 인생은 거기에서 갈린다. 금번 6·2 지방·교육선거가 주는 뜻은 무엇일까?
⑴ 시민주권 원칙의 확인이다. 평화·환경·지방자치·민주주의는 누가 수호하고 회복하고 발전시키나? 결국 평범한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힘없는 시민 한 사람의 힘은 이토록 크다. 이성의 간지, 제도의 오묘함 또는 시민의 균형감각이 아닐 수 없다.
⑵ 본격적인 계층투표·세대투표·지역투표·지방투표의 중첩과 길항이다. 이제 한국에선 어떤 단일요소도 투표결과를 좌우하지 못한다. 젊은 세대의 참여열기는 가상하나 그들의 참여는 아직 너무 낮다. 선진민주국가 투표율에 비하면 거의 20%나 낮다. 이 ‘약간’ 증대된 투표참여로도 이 정도 위력을 보여주었는데 ‘거의 전부’ 참여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이룰 것이다. 복지·교육·환경·평화에선 투표가 곧 혁명이다. 금번에 확인한 한 표의 위력을 믿고, 밝고 바른 선진사회를 향한 젊은 꿈을 더욱 벼리자. 그리고 모두 참여하자. 투표는 독립운동, 참전, 민주화운동처럼 인생을 건 투쟁도 아니지 않은가?
⑶ 민심표출 순환주기의 압축과 단기화이다. 이회창 대세론, 노무현의 당내경선 극적 승리와 위기, 노무현-정몽준 연합과 파기, 노무현 당선, 탄핵소추, 반탄핵열풍, 2004 총선과 열린우리당 승리, 2006 지방선거와 한나라당 압승, 2007 대선과 500만 표차 엠비(MB) 승리, 2008 총선과 한나라당 승리, 촛불시위 분출, 500만 추모 열기, 2010 지방선거와 엠비 패배… 민심의 이 숨가쁜 지지순환·이동주기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단기적으로는 ‘쏠림’의 이면에 숨어 있는 기대-심판-기대-심판의 민심주기를 ‘정치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동시에 이 단기순환을 ‘제도적으로’ 극복하고 반영할 안정적 헌정체제의 구축 역시 필수적이다.
⑷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제도적 소통기회 부여이다. 그동안 국민은 대통령에게 네 번 기회를 주었다. 집권 직후에는 특권·탈법·비리인사 위주의 정부 구성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일 잘하라고 힘을 주었음에도 독선으로 일관하자 촛불이 타올라 소통을 촉구했다. 촛불에 놀라 짧은 반성 직후 돌아온 것은 불통과 공안강화였다. 큰 자살 이후엔 500만 추모열기로 세번째 집합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국민 무시는 더 강화되어 인권·소통·법치·언론자유·지역불균형·환경파괴·남북관계·평화…는 아예 일방통행 수준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재차 투표로 호소했다. 임기 전반에 이토록 자주평화적 국민의사를 전달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은 행복한 지도자일지 모른다.
⑸ 정책교정을 위한 호소이다. 선거는 늘 선출직 변화를 통한 정책방향 및 임명직 구성에 대한 변화요구이다. 서민·환경·민주·인권·평등·특권철폐·평화·지방균형발전을 호소한 정책과 후보들이 대거 선출되었음에도 특권·탈법·부패·병역미필=안보무능·토목·남북대결·환경훼손 정책과 임명직들을 고수할 것인가? 촛불과 500만 추모 때처럼 잠시의 반성모드 이후 다시 국민을 향해 반격할 것인가? 만약 선거결과를 부인한다면 국민과의 충돌이나 권력누수·상실은 불가피하다.
⑹ 지난번 세상읽기에서 분석했듯 민주화 이후 남북관계·북풍은 더이상 국내문제, 민주주의의 주요 결정요인이 아니다. 천안함 효과는 없었다. 북풍의 포로는 정부·언론·정당·지식인들이었지 시민들은 북풍과 민주주의를 날카롭게 분별하고 있었다. 전체 선거결과는 물론 접적지역인 강원에서 처음으로 단체장과 교육감 모두 진보개혁후보가 당선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민주화 이후 우린 명백한 역전을 목도한다. 즉 내부 민주주의가 남북문제를 규정하는 것이지 그 역이 결코 아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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