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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15 18:08 수정 : 2010.06.15 18:08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현 정권 출범 이후 많은 이들이 대통령의 입과 귀가 막혀 있음을 말해 왔지만 지방선거 후에야 여당 내부에서도 그런 입장이 거론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선거로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었다. 현 정권의 소통부재와 국민에 대한 일방적인 시각은 잘 알려져 있고 또 연설 내용을 보아도 다시 말만으로 그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대통령이 진정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촛불시위 2주년을 맞이하여 촛불은 어디로 갔느냐며 소설에 가까운 기획기사를 실은 언론사의 추태에 부응하여 즉시 이를 칭찬하고 관련 학자의 반성까지 촉구한 스스로의 발언부터 반성해야 한다.

2년이 지나 정부 주장이야말로 전혀 근거 없는 대국민 기만행각이었음이 밝혀졌어도 가벼운 대통령의 한마디에 따라 여당도 촛불을 체제 전복 세력으로 치부하며 원색적 비난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여권을 보며 그 아부성 충성심에 국민 대다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국회의 거대여당이 입법부로서의 기능은커녕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언제나 정부의 시녀가 되어 국민 질타에 대한 정권 총알받이와 거수기 노릇을 반복해온 낯익은 행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과 여권의 그런 태도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자신한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의 눈과 귀가 과잉충성자들에 의해 철저히 가려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니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생뚱맞은 발언이나 하는 벌거벗은 대통령을 위하여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촛불을 찾아주는 것도 국민의 도리일 것이다.

우선 촛불을 찾으려면 가까이 서울시장 선거 결과만 봐도 된다. 한국의 기득권층이자 보수성향인 강남 3구만의 승리로 차기 서울시장이 결정되었기에 강남 3구 시장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있었다. 당선자는 강남에서의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 거의 20% 가까이 줄었기 때문에 다른 구의 지지가 없었다면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했다. 당선의 변으로 간단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집권 초기 고소영, 강부자 정권으로 불리면서 보수적 기득권을 대변해온 여당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강화해온 현 정권의 정책을 살펴보자.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미국 쇠고기 확대 수입, 대운하 변형인 4대강 사업, 용산 철거민 사태, 미디어법 개정을 통한 언론 장악, 세종시 수정 국론분열 등, 대법원 정치판사나 부패 스폰서 검찰 등은 아예 사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위의 사안 중에서 특히 어느 것이 지방선거에서 기득권을 대표하는 강남의 지지를 잠식했는지는 명확하다. 더욱이 강남에서의 그 정도 하락이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 생각해 본다면 야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임에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왜 그렇게 정부와 여당의 확신과는 달리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당장의 여론몰이나 말장난으로 잠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일 수는 있겠지만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며, 촛불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촛불은 정부의 졸속협상으로 인해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불필요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의사표시였다. 전 정권 때 30개월 미만 살코기 수입에 대하여 문제없던 것을 생각해 보면 국민이 무조건 미국 쇠고기를 위험하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광우병 발생의 숫자나 확률을 거론하면서 ‘사실적 위험’만으로 국민을 바보로 몰아붙이는 행태와 대통령의 거짓 반성 발언을 국민은 냉정히 보고 있다. 우리에게 반성은 소중하다. 그러나 반성에도 자격이 있다. 현 정부와 여권이 입만이 아니라 눈과 귀를 열고 진정 반성하며 민심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국민은 정부를 위해 촛불을 들 것이다. 촛불을 두려워하며 끄거나 무시하려 말고 우리가 당신을 위해 촛불을 켤 수 있도록 노력해라. 이것이 지금도 살아있는 2년 전 촛불의 힘이자 이번 지방선거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 계속할 것인가?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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