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1 21:57
수정 : 2010.06.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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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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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엉터리라는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정권이 이것을 선거에 이용하려다가 실패한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제는 서둘러 발표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아귀가 맞지 않는 모순투성이로 밝혀지면서 이른바 국내의 ‘최고’ 과학자와 외국 전문가를 내세워 과학적 객관성을 장담했던 애초의 공언이 우스꽝스러운 농담이 되고 말 위기에 처했다.
세계가 다 지켜보고 있는데 국가적 망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속된 말로 지금 제일 똥줄이 타는 건 한국 정부일 듯싶다. 그렇지 않다면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조사결과에 의구심을 표하는 지극히 정당한 시민적 권리행사를 신경질적으로 탄압하는 당국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똥줄이 타는 것도 최소한의 양심이나 양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 정부의 거친 행동은 오히려 뿌리깊은 사고력 결핍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지금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는 언행은 중간선거 참패의 의미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들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지각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적했듯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무엇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현 정권의 독선적 자세에 대한 누적된, 억눌린 불만 때문이었다. 실제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끊임없이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에 대해서 사람들은 끝없는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껴왔고,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달째 봉은사 입구에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 직후 잠시 멈칫하는 순간을 지나서 이 나라의 최고 현자는 여전히 대통령 자신이다. 선거 열흘 뒤의 방송연설에서 대통령은 현재 가장 여론이 나쁜 4대강 공사에 관해 종래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남 없이 공사 강행 의사를 확고히 표명했다. 그는 또다시 “4대강 살리기가 생명 살리기”이며 “물과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물론 현실이 그의 말과 같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정상적인 두뇌의 소유자가 4대강 공사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그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대운하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공사방식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자갈과 모래와 늪과 여울과 같은 강물의 자연적 정화기능을 완전히 파괴하고 수질개선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설령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댐 건설과 강바닥 준설이라는 정부의 논리가 옳다고 하더라도, 더러운 물의 대량 확보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농경지 리모델링’이라는 말이다. 면밀한 사전계획 없이 일시에 파내는 엄청난 모래의 처리방법으로 급히 생각해낸 게 주변 농지를 적치장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그 결과 이런 농지는 앞으로 상당기간 경작이 불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 탈 없었던 그 주변 저지대 농지를 침수시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런데도 당국은 농경지 리모델링 운운하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전히 거짓말로 시작된 4대강 공사는 지금 무자비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완료되면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정부의 설명대로 되지는 않을 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4대강 살리기’란 대운하를 은폐하기 위한 거짓이름이라는 것은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도 뚫려 대구가 이제는 내륙이 아니라 항구다”라는 대통령의 발언(<동아일보> 2010년 3월6일)은 단순한 말실수라고 볼 수 없다.
거짓말을 계속하는 정권은 다음 선거에서 갈아치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 너무 늦다는 게 큰 문제다. 그때가 되면 이 나라의 보물 중의 보물인 생명의 젖줄이 얼마나 파괴되어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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