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5 18:23
수정 : 2010.06.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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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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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임한 하토야마 총리의 뒤를 이어 간 나오토 내각이 출범했다. 학생운동, 시민운동가 출신의 개혁적 이미지로 그간 적지 않은 국민적 지지를 모아온 정치가다. 간 총리 취임과 더불어 민주당 내각의 지지율도 하토야마 총리 말기에 곤두박질친 20% 선에서 하루아침에 60% 수준을 회복했다. 여전히 일본 국민들 사이에 민주당 정권에 대한 기대가 높음을 보여준다. 하토야마 총리와 더불어 불투명한 정치자금 처리로 비판을 받아온 오자와 간사장도 동반 사임했다. 이들 모두 “낡은 정치”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자민당 다나카파 계열에 속했던 정치가다. 여론의 반응에는 “오자와”적 부분을 도려냄으로써 민주당이 본래의 민주당으로 거듭 태어나, 새로운 정치를 펼쳐줄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가 섞여 있다.
간 나오토 정권의 외교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으로서는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정권이 표방했던 적극적인 아시아 정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 민주당 정권의 지지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이 외교에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하토야마 취임 이후의 경과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듯이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조직적인 것이 아니라, “바람”과 기대치에 의한 부분이 컸다. 그만큼 상황의 유동성이 크고, 돌발적인 요인에 의해 지지율도 큰 폭으로 변화했다. “오자와 사임 효과”로 40% 정도 내각 지지율이 상승하는가 하면, 간 총리가 재정 개혁을 위해 소비세 인상 방침을 시사하자 당장 10% 정도가 하락했다. 7월11일의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안정 의석을 확보할 때까지는 본격적인 정책은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정책, 특히 아시아 정책은 일본 국내 여론이 매우 분열적이다. 북-일 교섭과 같은 난제는 물론이고, 정주 외국인 참정권 부여 등 새로운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조처로 한국 정부가 거듭 요청해온 정책도 안정기반의 정권이 아니면 실행이 어렵다는 것은 그간의 경위가 잘 보여준다.
둘째로, 이와 관련해서 간 민주당 정권은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당분간 내정 과제에 집중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하토야마 정권이 후텐마 기지 이전이라는 외교 과제에 발목을 잡혀 실패했다는 인식이 있다. 6월11일 간 총리의 첫 시정방침연설도 내정 과제에 대한 정책제기가 대부분을 이루고, 외교는 마지막에 간략히 언급되었을 뿐이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중심으로 일본 외교의 새로운 방향성을 정열적으로 제시한 하토야마 전 총리의 시정방침연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 화제에 오를 정도였다. “동아시아 공동체”에 관해서도 간 총리는 장기적 목표로 한발 후퇴시켰으며, “현실주의 외교”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상주의”를 표방한 하토야마 총리와의 차별화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중평이다.
셋째로, 간 총리 자신이 외교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적다는 사실이다. 10선 의원에 30여년의 정치가 경력을 자랑하는 간 총리이지만, 그간 외교 문제에는 거의 관여한 바가 없다. 외교와 안전보장에 약하다고 하는 것은 그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외교정책은 오카다 외상이나 센고쿠 관방장관에게 상당부분 위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중 누구에게 힘이 실리는가에 따라 민주당 아시아 외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받게 된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유동성을 더해가는 지금, 당분간은 일본 민주당 정권에 적극적인 역할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단독 과반수와 같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조심스러운 정국 운영이 불가피하다. 선거 이후 의석 분포에도 달려 있지만, 사민당이 연립정권을 이탈한 이후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보수적인 방향으로 기울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책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으로서도 복합적인 외교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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