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8 23:35
수정 : 2010.06.2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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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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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민선 5기 지방정부가 출범한다. 6·2 선거 결과가 제공해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행정자치(자치단체장)와 교육자치(교육감) 사이의 균형은 향후 어떤 자장을 그려갈 것인가?
(7) 국민저항 때문이건 정책무능 때문이건 이명박 정부의 중심 국정기조인 ‘747’, ‘비핵·개방·3000’, ‘4대강 운하’…는, ‘정치적으로는’ 이미 좌절되었음에도 ‘정책적으로는’ 본질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4대강 운하’와 ‘4대강 사업’처럼. 그러나 정치에서 꼼수, 표리부동은 추구하는 자의 억울함과는 반대로 대중에게 먼저 읽힌다. 곧 진정성의 문제이다. 고래로 지도자의 안전에 성벽보다 중요한 것은 민중의 마음이라고 할 때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다. 선거 이후 세종시 문제 처리과정은, 진정성과는 반대임을 다시 보여준다. 정책은 정치의 산물이며 선거는 민중의 지지를 통해 정책을 실현하려는 정치이다. 대통령은 내면으론 크게 억울하겠지만, 재벌위주·특권교육·불통·인권위축·언론자유통제·지역균형발전파기·남북대결·환경파괴…라는 객관적 평가를 임기 후반에도 지속하여 정권의 역사로 남길 것인가? 금번 선거는 말과 의도, 정책과 진정성의 근접을 요구한다.
(8) 선거연합 문제이다. 세상읽기에서 수차 분석했듯 한국의 선거와 민주발전은 정치연합의 형성과 해체에 좌우된다. 이번도 동일하다. 이번 선거는 자유-노동-시민 3자연합 실험, 또는 과거 정당-재야 민주화연합 재연의 의미를 지녔다. 이는 자유주의정당과 노동·진보정당 모두의 허약을 방증하는 동시에 민주진보세력의 승리를 위한 최소 필요조건을 예시한다. 보수세력이 훨씬 강한 사회에서 자유주의정당은 집권을 위해 노동·진보세력과 어느 수준의 ‘정치적’ ‘정책적’ ‘조직적’ 연대·연합·통합을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노동·진보정당은 더 절박하여 정치연합·통합을 통한 정권참여와 정책실현이냐, 독자존재증명 고수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정당에게 정책실현 없는 존재증명은 무의미하다. 즉 독자집권 가능성이 없을 경우 연합·통합참여를 통한 노동·진보노선의 정책 반영은 최선의 길이다.
(9)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부분적 부활이다. 특히 강원·인천(접적 및 천안함 참사 인접지역), 경남(영남), 충청(세종시)의 지방선거, 그리고 교육감 6인의 당선은 평화와 남북공존, 지역주의 타파, 지역 균형발전, 평등과 특권철폐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강원·충남·경남은 더구나 노무현의 직계 후예들이 당선되었다. ‘매우 빠른’ 이 부활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은 전적으로 그들이 보여줄 업적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10) 노무현이 초래한 세대혁명이다. 그는 세 번의 세대혁명을 몰고 왔다. 당선으로는 김대중으로부터 자기로의 22년의 세대전이와 386세대의 집권을, 탄핵소추로는 386세대의 대거 의회진출을, 자살로는 지방선거에서의 친노의 부활을 가져왔다. 이는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한 도전적 삶의 영향의 크기를 가늠케 한다.
(11) 국민의 균형감각이다. 전체적 균형은 물론, 특별히 경기와 서울의 투표는 단체장과 교육감을 분리하여 책임을 맡겨 놓았다. 한쪽에 몰아주지 않는 동시에, 행정과 교육 둘 모두를 진보개혁이 장악하였을 때의 저항과 위험도 방지하였다. 민주진보진영은 서울·경기의 지방선거 패배-교육선거 승리라는 황금분할의 의미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서울·경기의 패배는 실이 아니라 득인 것이다.
(12)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기회부여이다. 과거 386세대는 갑자기 중앙정부와 의회를 장악하여 실패한 측면이 컸다. 국민은 이번엔 지방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기회를 주었다. 지방에서 능력을 보여주어 국민 신임 회복에 성공할 경우 중앙정부 재집권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라면 집권 가능성은 없다. 더욱이 그들은 ‘시민’·‘선거’ 이외에는 기업·언론·종교·담론… 어떤 수단도 통로도 없다. 지방정부와 교육을 담당할 민주개혁 당선자들의 소명은 막중한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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