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3 20:37
수정 : 2010.07.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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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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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다. 중의원에서는 다수당이지만 참의원에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것이다. 이른바 “뒤틀림 현상”이다. 법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의 양쪽 다 통과되어야 성립되게 된다. 민주당은 국회의 반쪽만을 지배하는 정권이 된 셈이다. 이전 아베와 아소 자민당 정권 때에도 참의원은 야당이 다수인 “뒤틀림 국회”였다. 하지만 그때는 자민·공명 연립정권이 중의원의 3분의 2를 차지해, 참의원의 결정을 뒤엎을 수 있었다. 현재 중의원에서 3분의 2에 미달하는 민주당 정권으로서는 법안 심의 때마다 야당들과 복잡한 ‘정책 연합’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작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역사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민주당으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추락이다. 정치자금 의혹과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에도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의 극적인 동반 사임으로 상황이 호전되는 듯했다. ‘낡은 정치’를 도려내고, 6월8일 시민운동가 출신인 서민파 간 총리를 선출함으로써 민주당에 대한 기대도 극적으로 회복되었다. 진정한 ‘민주당 정권’의 출현으로 개혁도 본격화되고 정치의 표류에도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사이에 간 총리는 날개 잃은 추락을 거듭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간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되풀이한 “소비세 인상 검토” 발언이었다. 선거 직전에 세금 인상이라는 정치적 터부를 일부러 내건 간 총리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추측이 분분하다. 간 총리 본인은 재무상으로서 재정 파탄에 이른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에 위기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자금 의혹과 후텐마 등 악재를 털고 국면 전환을 꾀한 의도적인 “쟁점 숨기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세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은 아닌 것 같다. 소비세 그 자체라기보다 ‘초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면서 관료 의존으로 퇴행을 거듭해 온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배경에 있다. ‘초지일관’이 이번 선거의 명암을 가른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작 선거 후의 여론조사에서도 소비세 논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이 다수였다. 7월14일에 보도된 <아사히신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세 인상 논의에 대해서는 63%가 필요하다고 회답했다. 민주당의 패배에 대해서는 “타당한 결과”라는 응답이 48%를 차지했다. 패배의 원인에 대한 설문은 없었지만, 소비세 인상 발언 그 자체보다 간 총리와 민주당 정권의 “흔들림”에 대한 비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아직은 민주당 정권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간 총리의 책임에 대해서는 “사임할 필요가 없다”는 회답이 73%에 달했다. 반면 선거에 승리한 자민당에 대해 “정권을 맡겨도 될 정당”이라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미니정당 ‘다함께 당’은 ‘초지일관’의 대표 격이다. 공무원제도 개혁과 ‘작은 정부’를 내건 정책 내용은 고이즈미 신자유주의 개혁을 가장 충실히 계승하는 것으로, 작년 총선거 이래의 여론 흐름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일관된 자세가 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간 민주당 정권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다. ‘뒤틀림 국회’는 최소한 3년간 지속된다. 정치적 타협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관료국가의 개혁, 복지 확충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 등 애초 내걸었던 ‘원점’에 입각해서, 명확한 비전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 여론의 지지를 회복하고, 정권 기반을 재정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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