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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4 19:45 수정 : 2010.08.24 19:45

정문태 국제분쟁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편집장

요즘 타이 의회는 2011년(2010.10.1~2011.9.30) 정부 예산안 2조700억밧(76조590억원)을 놓고 마지막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여기서도 군사비가 큰 말썽거리다. 겉보기엔, 정부 예산의 8%, 국내총생산의 1.5%쯤 될 군사비 1700억밧(6조2900억원)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그리 지나친 건 아니다. 예컨대 같은 아세안 회원국인 인도네시아가 2010년 군사비로 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약 4조1000억원을 지출해 올해 타이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듯이. 이걸 정부 예산의 14.7%와 국내총생산의 2.6%를 차지한 한국의 2010년 군사비 29조6000억원에 견줘 보면 머쓱하고.

그러나 타이 군사비의 속살을 훑어보면 이런 상대적 지표가 전부가 아님이 드러난다. 타이 군부는 손티 분야랏깔린 전 육군총장과 함께 2006년 쿠데타를 일으켰던 주역들인 아누퐁 파오찐다 현 육군총장과 차기를 예약한 쁘라윳 짠오차 장군으로 이어지는 반탁신 강경파들이 주도하면서 현 민주당 정부를 쥐락펴락해 왔다. 따라서 타이 군사비는 그 쿠데타의 연장선에서 읽을 수 있다.

2006년 9월19일 쿠데타로 탁신 친나왓 정부를 쫓아낸 군인들은 즉각 영수증이 필요없는 비상자금 56억6000만원을 만지면서부터 돈줄을 거머쥐었다.

그해 3조1800억원이었던 군사비를 이듬해 4조2550억원으로 33% 올리더니, 2008년엔 5조2900억원으로 다시 24.3% 끌어올렸다.

쿠데타 군인들은 민간 대리정부를 앞세웠던 그 15개월 사이에 군사비를 68%나 올리는 한편, 국내총생산의 1.5%인 군사비를 2008~2018회계연도의 첫 5년 동안 1.8%, 나머지 5년 동안 2%까지 올릴 수 있는 장기계획까지 꾸며 놓았다. 그 결과 타이 군부는 쿠데타 4년 만에 군사비를 무려 2배나 튀기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군사비를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군부가 내건 구호는 현대화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타이 공군 주력기인 F4E/F나 2006년 쿠데타 때 육군이 끌고 나왔던 주력 탱크인 M41은 30~50년 묵은 무기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에도 군부의 현대화 계획은 군사개념과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강한 비난과 함께 의혹을 사고 있다.


그 본보기감이 바로 개당 3200만원 하는 폭발물탐지기 ‘GT200’ 535대 구입이었다. 이 영국제 장비는 불량품으로 드러나 영국 정부가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을 금지한 물건이다. 2006년 1440억원에 계약한 우크라이나제 장갑차 ‘BRT-3E1’ 96대는 아직 한 대도 받지 못했다. 쿠데타를 인정 않는 독일 정부가 그 장갑차에 엔진을 공급해 온 자국 회사의 수출을 금지한 탓이다. 그런데도 군부는 그 장갑차 121대의 추가 구입비용으로 올해 1850억원을 더 책정했다. 또 남부 무슬림 분쟁지역 정찰용으로 129억원에 사들인 미국제 비행선은 M16 사거리를 벗어난, 1000m 상공까지 오르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에다 구멍까지 나서 땅바닥에 누워 있다. 게다가 탁신의 고향인 북부지역 관할 제3군 아래 3700억원을 들여 제7보병사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정치적 음모라는 눈총을 받고도 있다.

이렇게 누가 봐도 의혹스런 군사비 지출 속에서 군부는 스웨덴제 전투기 ‘그리펜 JSA39’ 6대, 미국제 헬리콥터 ‘엔스트롬 480B’ 16대, 러시아제 ‘Mi-17’ 헬리콥터 6대, 잠수함 3~4척 같은 구입 품목들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일찍부터 이 모든 것을 스캔들로 부르고 있다. 정부도 시민도 접근할 수 없는 군부의 현대화 계획, 투명성이 빠진 군사비는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게 정치권력보다 자본권력을 좇는 21세기 쿠데타 군인들의 속성이다.

정문태 국제분쟁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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