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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7 19:59 수정 : 2010.09.17 19:59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에게 ‘압승’을 거두면서 일단 총리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불투명한 정치자금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간 후보가 오자와 후보를 8 대 2로 웃도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50%대로 떨어졌던 간 내각 지지율도 대표 경선 직후 70% 선으로 수직상승했다. 강한 정치력과 리더십보다는 ‘깨끗한 정치’를 열망하는 일본 국민의 압도적인 여론이 시민운동가 출신인 간 총리의 ‘완승’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으로서도, 그리고 일본 사회의 여론으로서도 망설임이 많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대표 경선 다음날인 9월15일 <아사히신문> 1면에 실린 정치부장의 해설기사는 정치자금 의혹의 해명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패배한 오자와를 재무상 등 중요 각료에 기용할 것을 제언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다음날 <마이니치신문> 지면에는 “미 국무부는 싫어하겠지만 오자와 외상이라는 인사는 어떤가”라는 한 논설위원의 작은 기명칼럼이 실렸다. 비등하는 “반(反)오자와” 분위기에 휩쓸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간 나오토 민주당 정권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각이 엿보인다.

사실 이런 불안은 대표 경선 기간 동안 필자가 접한 학자, 언론 관계자, 민주당 의원들에게서도 공통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민주당이 내건 대내외 정책의 개혁을 지지하는 인사들일수록 그 낡은 정치수법을 비판하면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의 개혁에 대한 비전과 정치력·행동력에 기대하는 의견이 많아 다소 의외이기도 했다. “체질”적으로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간 총리에게 친근감을 가지면서도 고민 끝에 오자와 지지를 선택한 리버럴 계열의 의원도 적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의원들을 지원해온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정치적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의 역사적 정권교체 이후 개혁적 자세에서 후퇴를 거듭하는 민주당 정권 지도부에 대한 불안, 그리고 지난 3개월 동안 총리로서 정치 주도의 개혁적 방향성과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관료 의존으로 역행을 거듭하는 간 총리에 대한 실망이 적잖이 쌓여 있다. 여론의 역풍이 거센 가운데에도 민주당 국회의원 절반이 오자와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런 불안과 위기의식의 크기를 말해준다.

새로운 간 내각의 외교도 미-일 관계 중시라는 전통적인 보수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이 추진해온 중-일 관계 강화와 아시아 외교도 일정한 후퇴가 예상된다. 당분간 고용창출과 재정적자 등 국내 경제 과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교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취약한 정치기반으로서는 대담한 외교의 주도적 전개도 어렵다.

간 총리는 간사장으로 발탁된 오카다 외상의 후임으로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을 임명했다. 안보·국방 문제의 매파로 분류되는 마에하라 새 외상은 중국에 대한 강경론자로도 알려진다. 간 총리가 외교문제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외무성 주도의 전통적 외교가 한층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 내각의 앞길은 험난하다.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밑돌기 때문에 예산과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대결과 타협이라는 복잡한 경로를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간 총리가 민주당이 내건 개혁을 추진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내년 초에는 정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당분간 일본 외교는 정체상태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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