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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8 20:36 수정 : 2010.11.18 20:36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청와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감세정책 철회 논쟁이 한창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한심하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최고 구간 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하느니 마느니 하는 수준의 논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세계경제 위기를 핑계로 발표된 감세정책은 이미 실패임이 드러났다. 먼저 국가채무가 급증했다.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90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때보다 갑절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는 경기 침체와 재정부양책 남발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감세정책의 악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미국 같은 경제위기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감세와 재정지출을 각각 세계 3위 규모로 추진한 현 정부의 무모함은 처음부터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더구나 정부가 막대한 부채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겨 사실상 재정을 분식했음을 고려해야 한다. 2009년 초부터 올해 9월까지 정부 공공부문의 공공부채는 260조원이나 증가했다. 아마 관련 통계가 있다면 세계 최고일 것이다.

둘째, 감세를 통한 경기진작 효과도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총액 1064조원 대비 24%가 넘는 공공부채를 늘린 위에 대규모 감세까지 했다. 또 온 국민이 고환율을 감내하며 수출 대기업을 도와줬는데도 올해 6% 성장에 그친다면 이것이 자랑할 일인가. 감세와 공공부채 증가라는 기회비용을 차감하면 자생적인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끝으로 현 정부는 감세정책의 한 명분으로 ‘중저소득층의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을 내세웠다. 양두구육이었다. 근로자가구 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감세정책 실시 이후 최상위 5분위 계층이 내는 경상조세 부담은 감소 추세가 확연하다. 반면 저소득층인 1, 2분위 경상조세 부담은 30~50%나 늘었다.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면서 어떻게 중저소득층의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소비기반을 확충한다는 말인가.

지금 국내 조세구조의 현실은 감세정책의 세율 일부를 가지고 노닥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1970년대 개발연대에 기본 틀이 짜인 현행 세제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다. 7500조원으로 평가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으로 대표되는 생산경제보다 7배나 커졌지만, 이에 대한 과세 규모는 전체 조세 수입의 17.8%에 불과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서 생겨난 자본이득 등 사실상 불로소득에 비해 생산경제에서 발생하는 근로소득에 30배 가까운 세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를 비롯해 씨제이그룹, 한화그룹, 태광그룹, 신한지주, 씨앤우방 등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막대한 비자금과 탈세 사실이 드러났다.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한 개인사업자들의 탈세 또한 만연해 있다. 생산경제 부문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금 내는 가계와 사업자들만 억울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향후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사회복지 수요는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급증하는 사회복지 수요에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근본적인 세수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 기본 작업이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고 투명한 소득 파악과 탈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근원적인 세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게 하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최소 30조~40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미 실패로 드러난 ‘부자 감세’에 집착하며 천문학적인 공공부채를 남발하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임기 동안에만 존속하는 나라인 것처럼 착각하는 모양새다. 현 정부의 무책임한 감세 및 재정 탕진은 국민 전체에 대한 범죄행위에 가깝다.

트위터 @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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