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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09 18:33 수정 : 2010.12.09 18:33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교 의무급식 문제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궁지에 몰린 정치인이 의무급식 논란을 정치적·이념적 공방으로 몰고 가려는 구차한 술수일 뿐이다.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금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악한 복지수준을 고려할 때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은 현실 왜곡이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악성 포퓰리즘은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이다. 당장 8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내년 예산안만 봐도 드러난다. 309조567억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예산안 대비 3.1%가량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2009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데서 기인한 착시현상일 뿐이다. 2008년 대비 사회간접자본 예산 증가율은 24.1%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 17.8%를 훌쩍 넘는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국방 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복지회관이나 체육시설 건설사업 등 사실상의 토건예산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물론 보건복지 지출도 같은 기간 27.5%가량 늘기는 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라 의무적인 법적 지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재량적 지출 예산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2009년 542억원, 2010년 203억원이 배정됐던 방학중 결식아동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4대강 사업 예산은 2700억원 삭감되기는 했으나 정부가 수자원공사를 통해 ‘우회집행’하는 예산을 포함하면 9조3300억원이나 배정됐다. 현 정부 실세들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와중에 챙겨간 사업들도 모두 토건사업 예산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이 울산~포항 고속도로와 오천~포항시계 국도 사업 등에서 챙긴 예산액은 모두 1790억원이나 된다. 이런 식으로 박희태 국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288억여원, 1742억여원을 챙겼다.

사실 이번 예산안뿐만이 아니다. 우리 연구소가 집계한 결과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2009년 이후 400조원의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액수보다 더 많다. 그 부채의 상당부분이 각종 개발공기업을 통해 토건사업에 쓰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개발 포퓰리즘을 여야 모두 수십년 동안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헛공약’을 내세워 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됐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선거기간 내내 침묵을 지켰다. 또한 오 시장 스스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인데, 뉴타운 사업과 달라 주민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말 문제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트위터 @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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