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0 20:49
수정 : 2010.12.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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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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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보는 한-일 관계는 매우 양호한 것 같다. 일본 사회에 “한류”는 날로 확산되는 추세이고 외교적으로도 별다른 쟁점이 보이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한-일 안전보장 협력론이 한층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센카쿠와 북방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 및 러시아와 잇달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해야 한다는 논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무대 뒤 사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초부터 현안이 돼온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부활과,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이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의 이 대통령 방일, 10월의 하토야마 당시 총리의 방한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 쪽이 일본을 공식 방문할 차례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셔틀외교의 부활에는 일본 쪽이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정권이 외교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관계에서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의 아시아 지역 전략의 포석이라는 측면이 두드러진다. 하토야마 당시 총리가 올해 초부터 표명했듯이 병합 100년을 맞는 올해를 계기로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짓고, 한-일 안전보장협력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계획하고 있었다.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할 것을 천명한 1998년의 파트너십 선언을 한단계 높이는 문서를 공표한다는 구상이다. 그를 위해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이 추진하려 한 것이 병합 100년을 맞는 총리 담화와 문화재 반환 등의 가시적 조처, 정주 외국인의 지방 참정권 부여였다. 이런 조처들을 통해서 양국 사회의 신뢰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배경에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이 흔들리면서 이 구상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돌연히 사임한 하토야마 총리의 뒤를 이은 간 나오토 총리 자신은 한-일 관계나 아시아 외교에 그리 큰 관심과 경험이 없는 것은 자주 지적되는 바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재일동포 문제에도 관여해온 센고쿠 관방장관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간 총리 담화와 도서반환협정까지는 어렵사리 끌고 왔다. 그러나 사실상 간 정권을 짊어지고 있는 센고쿠 장관이 야당과 보수파의 집중공격을 받으면서, 과거사 처리의 구체적인 “행동”의 하나로 공을 들여온 문화재 반환도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게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최소한의 조처라 여겨온 문화재 반환조차 실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을 방문해 한-일 안전보장협력을 제창하는 공동성명을 논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일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국내사정”을 이유로 올해 안 방일이 어렵다고 통지했다. 통지 문서에는 “조선왕실의궤를 포함한 도서반환협정의 승인 지연과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실망감이 오히려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문화재 반환은 1월 정기국회에서 어떻게든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다. 이것은 “미래 지향”의 중심적 조처의 하나로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한-일 사이에 논의돼온 현안으로, 재일동포 사회의 요망을 배경으로 이 대통령도 취임 직후부터 힘을 쏟아온 과제다. 현재 상황으로는 민주당 내의 추진론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하지만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안에도 찬성론이 있는 지금이 가장 큰 기회인 것도 사실이다. 이는 또한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적 대일외교의 “성과”가 평가되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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