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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8 20:12 수정 : 2010.12.28 20:12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올 한해, 나는 ‘사회’(소셜)라는 단어에 매달렸다. 사실 이 단어는 올해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라고 할 만하다. 사회책임경영, 사회적기업, 소셜미디어 같은 뜨거운 주제가 모두 ‘사회’를 앞세운 경영 현상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회’는 역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기업이 당장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려한 경영을 해야 장기적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경영 정신이다.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표준과 평가지표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세계적 수준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인 ISO26000이 11월 발효됐다. 아시아 지역 사회책임경영 평가 기준도 만들어졌다. 올해 처음 발표한 ‘동아시아30’(East Asia 30)은 동아시아 맥락을 반영해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을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공동 평가한 첫 시도다. 다우존스는 한국 사회책임경영 우수기업들을 모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한국판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ISO26000 대응 전략을 수립하랴,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랴, 동아시아30과 다우존스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랴 바쁘다.

두번째 떠오르는 ‘사회’는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다. 영리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넘어, 아예 사회적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조직인 사회적기업이 새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올해까지 40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을 인증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서울형 사회적기업’ 등을 내놓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도 사회적기업 활동 지원에 나서고 있다. 두레, 아름다운가게, 아이쿱, 한살림 등 사회적 목적을 지닌 유통업체들도 더 큰 관심을 얻었다. ‘2010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한·중·일 사회적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아시아 지역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도구로 사회적기업을 주목하기도 했다.

세번째 ‘사회’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같은 ‘소셜미디어’에 있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미디어가 아니라, 지식을 소비하는 사람이 생산하기도 하고, 유명인이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도 하는 미디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복귀를 발표했다. 대통령실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은 140자짜리 트위터 메시지 두 개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을 철회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수시로 메시지를 보낸다.

새로운 경영 화두 ‘사회’는 기업에 새로운 경영 원리를 제시한다. 사회와의 ‘소통’이 바로 그것이다.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 되고 말 것이다. 모든 조직이 근본적으로 경영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런 ‘사회’ 열풍을 놓고 어떤 사람은 ‘거품’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진보는 많은 경우 거품이 남긴 흔적에 기대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의 철도회사 투자 열풍은 수백배 거품을 낳고 많은 사람이 파산하고 자살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우리는 세계가 철도로 연결된 세상에 살게 됐다. 21세기 초 코스닥과 닷컴 열풍은, 한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만들었다.

2011년, ‘사회’라는 화두는 여전히 거품처럼 부풀어오를 것이다. 그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를 맞을 것이고, 이것을 큰 기회로 만드는 기업도 생길 것이다. 물론 거품이 꺼질 때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잔치가 끝났을 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사회’라는 화두는 우리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마지막까지 남게 될 메시지는 이것 하나가 아닐까? ‘사회와 올바르게 소통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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