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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7 20:56 수정 : 2011.01.17 20:56

김종철 〈녹색평론〉발행인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 것이 되려면 민주주의가 살아나야 한다. 실제로 4대강 보호문제와 남북간 화해·협력문제를 포함한 이 사회의 평화적 존속을 위협하는 온갖 인권, 생존, 생활에 관한 긴급한 현안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회복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따지고 들면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가령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의 최근 발언이다. 그는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상,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관점은 마치 시를 일정한 길이를 가진 언어조직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극히 형식주의적인 정의, 즉 심히 공허한 정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선거에 의한 독재체제의 성립을 설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 완전히 일방적인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권력의 횡포에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습게 여기는 관점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민주주의 위기의 명백한 증거일 것이다. 한동안 우리가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면 그것은 군사독재에 대한 피나는 항거 끝에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험에 근거한 것이었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하고, 서양인들이 한국인을 더 이상 경멸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그 민주주의가 어이없이 망가져 버렸다. 민주주의는 완성품이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새로 시작해야 할 영구혁명임을 우리가 잊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영구혁명에서 핵심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언론이다. 언론은 사실에 충실해야 하지만, 백퍼센트 객관적인 사실 전달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언론은 사실과 사건을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해석이라는 주관적인 판단과 평가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이 주관적인 개입이 얼마나 공동체 전체의 이익, 즉 공공성에 충실한 각도에서 행해지는가이다.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편파적으로 옹호하고, 끊임없이 다수 민중의 요구를 폄하·무시하는 언론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정말 언론의 소임이 막중한 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인간다운 사회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어용언론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이비언론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활개를 치고 있는 언론 현실을 생각하면 실로 암담하기 짝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조중동’ 텔레비전이 곧 출현하여 민주적 언론공간이 극도로 위축될 것을 생각하면 절망적인 기분이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질수록 독립언론이 중요해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독립언론만 활발하다면 설령 보수세력이 계속 권력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별로 걱정할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발행부수는 ‘조중동’을 포함한 여타 모든 ‘보수파’ 신문 전체 발행부수의 10퍼센트이다. 결국 이 때문에 집권세력이 거리낌없이 민주주의를 모욕하고 유린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요즘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위해 궁리하고 모색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도 독립적 언론의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 재벌이 주는 광고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오늘의 언론 상황을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저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겨레>도 <경향신문>도 재벌 광고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서글퍼하기 전에 각자가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을 켜는 게 낫다. 그래서 우리 모두 유료구독자가 되고, 개미 광고주가 될 필요가 있다. 이게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첩경이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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