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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20 20:56 수정 : 2011.01.21 09:38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최근 정치권에 복지논쟁이 뜨겁다. 정치권에서 복지담론이 쏟아지는 상황은 시대정신을 상당부분 반영한다. 지난해 이 지면을 빌려 정치권의 ‘통큰 논쟁’을 주문했던 사람으로서 우선은 반갑다. 그렇다고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찜찜함이 남는다. 구체적 재원 마련과 방법론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말만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의 복지논쟁이 여야간 정치공방이 아니라 생산적 논쟁이 되기를 비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복지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빈약하기 짝이 없는 복지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가야 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복지지출 수요 자체를 줄이는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민들을 끊임없는 주거난에 시달리게 하는 구조를 놔두고 주거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구조를 방치하면, 실업수당을 확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와 정책만 잘 디자인해도 얼마든지 같은 재원을 가지고도 민생고를 해결하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둘째, 이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복지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물론 국토해양부와 산하 공기업 등에서 퍼주는 토건 분야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복지전달체계에서도 상당한 비효율과 재원 누수, 자금 횡령 등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전달체계 개혁과 부패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셋째, 관련 제도를 개혁하는 문제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특히 무상의료 방안은 재정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10% 수준인 한국이 공공의료기관 인프라 확대와 상당한 의료인력의 공무원화 없이는 무상의료 방안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의료수가나 약가 등의 적정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넷째, 현세대의 계층간 형평성 외에도 세대간 형평성 문제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 정부 들어 금융 공기업을 뺀 공공부문 부채가 450조원가량 폭증한 게 현실이다. 이미 변변한 일자리를 갖기 힘들어 ‘88만원’이라는 딱지까지 붙어 있는 젊은이들에게 막대한 빚을 물려주게 생겼다. 향후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료와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모가 급증할 공산이 크다. 자칫 현세대의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추산으로는 현재 추세라면 건강보험에서 2050년까지 25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잠재채무가 누적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충분한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특히 야권이 정말 보편적 복지를 하고 싶다면 재원마련 대책과 관련 제도 개혁 등에 대해 충분하고 정직하게 설명하고 국민 다수의 ‘보편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대상은 ‘보편적 국민’일 텐데 여권 지지자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핀란드나 스웨덴 등 이른바 조합주의 복지국가들에서 각 정파와 노사정 3자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심화할 수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재원 문제다. 재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정책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정부는 이미 막대한 공공부채를 쌓아올려 놓은 상태다. 따라서 가급적 향후 재정적자 증가와 생산경제 위축을 최소화하면서도 복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세/재정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이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아직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복지 확충을 위해서라도 탈세 엄단과 세원 투명화, 자산 과세 강화 등 근본적인 조세/재정 구조 개혁을 피해갈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선대인 트위터 @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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