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2.07 18:49 수정 : 2011.02.07 18:49

김종철 〈녹색평론〉발행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세상 돌아가는 게 갈수록 불길하고, 흉흉하다. 농촌에서는 가축들이 대량으로 생매장을 당하는 참상이 계속되고, 도시에서는 농산물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평양에서는 굶주림과 혹한 속에 난방이 되지 않는 생활에 견디지 못해 속절없이 사망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금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봉기도 그렇다. 이것은 오랫동안 민중을 기만하고 억압해온 독재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저항운동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또한 그 봉기의 배후에는 심각한 기후변화, 식량위기 및 석유자원 고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엊그제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금년 1월에 세계의 식품가격 수준은 유엔이 기록을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이 추세는 장기적으로 약간의 부침은 있겠지만 완화될 성질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계 도처에서 점점 걷잡을 수 없는 기후난조 현상이 벌어지면서 작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설상가상으로 농경지가 광범위하게 사막화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예견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수십년 전부터 선각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계속해서 말해 왔고, 생태적 한계와 사회적 균형을 무시하는 개발·발전방식과 경제성장 노선의 필연적인 파탄을 경고해 왔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이 긴급현안에 대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세계의 사막화를 막고,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자면 석유 의존적인 산업적 영농을 지양하고, 유기농을 권장하며, 가족농 중심의 농촌공동체를 보호·장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중요한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 정부는 영농의 대규모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수십년간 되풀이된 ‘농정원칙’을 되뇌고 있을 뿐이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 공허한 말을 듣다 보면 현재 25퍼센트밖에 안 되는 식량자급률을 개선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정부에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농업은 앞으로 갈수록 중요해질 게 확실하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을 게 없으면 삶이 끝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량식품일지라도 당장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상황에 익숙해진 탓인지 이 기초적인 상식을 흔히 망각하고 지낸다. 그러나 곧 이 망각의 대가가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알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지금 세계 전역에서 먹을 것을 확보한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나, 권력의 본성으로 볼 때, 국가가 정책을 변경하여 농사다운 농사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사실, 진짜 농사란 원래 ‘경제성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철저히 지역공동체에 뿌리박은 생명활동이다. 그러므로 국가이기심과 권력의 집중화에 중독이 된 중앙정부가 지역공동체를 살리고자 하는 진심 어린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역공동체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는 지역민 자신들에게서밖에 나올 수 없다. 국가와 정부의 시책이 달라지기를 기다려봤자 백년하청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깨달을 필요가 있다. 끝끝내 기댈 수 있는 것은 지역민 자신의 지혜와 역량밖에 없고, 그 지혜와 역량은 오로지 지역민끼리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서만 발현될 수 있다.

오늘날 풀뿌리 차원에서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지만, 아마도 가장 유력한 것은 지금 세계적으로 확산중인 지역통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통화는 이자가 없고, 따라서 자산축적수단이 아니라 오로지 교환을 원활히 하는 매개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지역경제에 활기를 가져다주고,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창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통화운동을 통해서 우리는 화폐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에 도달하고,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해온 현존 달러체제의 바깥을 내다보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