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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1 19:53 수정 : 2011.02.11 19:56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간 민주당 정권의 방황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2009년 여름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했을 당시 민주당이 내건 공약은 사회민주주의적인 색채가 짙었고, 격차사회를 초래한 신자유주의와 미-일 동맹 일변도의 신냉전형 외교를 대체할 새로운 정책과 비전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러나 정권 출범 직후부터 하토야마 총리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경험 부족과 리더십 약체화가 드러나면서, 기존 구도의 변화를 우려하는 보수층과 미국의 정권 흔들기가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와 정치자금 문제도 증폭되었고, 민주당내 세력관계도 크게 변했다. 옛 사회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가장 진보적인 사민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하고, 자민당에 뿌리를 가진 보수세력이지만 일종의 공동체주의적 정치지향을 지닌 오자와 그룹이 정치자금 문제로 손발이 묶이면서, 민주당내 주류는 신자유주의, 신현실주의로 급속히 기울어 갔다.

재정적자의 시대에 탄생한 사회민주주의적 정권의 태생적 불행이라 할 수도 있겠다. 또한 중국의 대두, 북핵 문제로 불안정한 지역 상황이 진보 정권의 외교정책을 제약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의 이런 “현실주의적 선회”가 일본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이 애초의 공약에서 후퇴하고 타협을 거듭할수록 지지율도 따라서 추락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보수 매체나 재계는 민주당의 “변질”을 환영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정권에 전면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지도 않는다. 국민 여론상으로도 점차 자민당을 닮아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실망과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 1월20일 간 나오토 총리가 한 민간단체의 회합을 이용해서 외교연설을 했다. 민주당 정권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외교 음치”라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 간 총리 자신이 특별히 설정한 이벤트였다. 간 총리가 세밑새해를 이용해서 준비를 하고, 정기국회 개회 직전이라는 이례적인 타이밍을 선택한 것이기도 해서, 외교가의 관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새로운 내용도 거의 없어,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지 못할 정도였다.

“역사의 분수령에 선 일본 외교”라는 제목은 거창했다. 하지만 일본 외교의 5대 축으로 내세운 (1)미-일 동맹 (2)아시아 외교의 신전개 (3)경제외교의 추진 (4)지구적 과제 대응 (5)안전보장 환경 변화에의 대응 등은 종래의 방침을 답습한 것에 불과했다. “아시아 외교의 신전개”에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관계”, 한국과의 “한-일 신시대”라는 슬로건이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연설 모두에서 외교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대학 시절 은사인 현실주의적 국제정치학자 나가이 요노스케의 영향 등 몇 가지 에피소드를 빼면,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외교관료에 의한 문장이었다. 자민당 정권 이상으로 관료 의존 구조로 되어 가고 있다는 민주당 정권의 한 단면이라고도 하겠다.

별 특색 없는 외교연설이지만, <요미우리신문>(1월21일치)이 다소 냉소적으로 지적했듯이 “하토야마 외교와의 결별” 선언이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제창하고 지난해 6월 간 총리 자신의 시정연설에도 등장했던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미-일 동맹의 심화”가 거듭 강조되었다. 그 맥락에서 사실상의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 경제연계협정(TPP) 참가에 대해서도 “6월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재계와 보수파의 의향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미-일 동맹 중시” 자세를 과시하려는 나머지 일본 경제의 장기전략적 검토를 결여한 졸속 추진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자신의 지지 기반을 상실한 간 민주당 정권의 앞길은 그리 평탄하지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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