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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07 19:58 수정 : 2011.03.07 20:01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계를 뒤흔드는 중동과 아랍의 민주화 열풍이 거세다. 정교일치 국가들로서 민주주의의 최후 회피지대처럼 보였던 이슬람 사회도 민중저항을 통한 민주혁명의 물결을 거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민주화의 마지막을 공산사회가 장식하였다면, 21세기 초의 그것은 이슬람 사회가 열고 있다. 이데올로기와 정치, 종교와 정치의 일치를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와 이슬람 사회는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멀어 보였다. 두 사회의 민주혁명을 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단일 교의·종교·이념·문화도 자유·평등·인권·민주주의라는 보편가치를 향한 인간의 열망을 막을 수 없다는 진리를 확인한다.

금번 혁명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는 무엇보다 민주화 물결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 물결은 영국, 미국, 프랑스, 유럽국가들에서 시작된 바 있다. 두번째 물결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 일본, 이탈리아, 인도 및 일부 식민경험 국가들. 세번째 물결은 1970~80년대의 남유럽,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네번째 물결은 지난 세기 말 러시아와 동유럽 공산사회, 그리고 이번 아랍과 중동지역의 민주혁명은 제5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금번 이슬람 민주화는 근대유럽의 여명을 열었던 종교개혁에 버금간다. 중세의 강고한 정교일치 질서를 급격하게 단절시킨 종교개혁으로 유럽의 본격적인 세속화·근대화·부르주아화가 시작되었음을 상기할 때, 근대화가 초래한 자생적 자발적 민주혁명으로 이제 중동과 아랍의 이슬람 사회와 종교의 거시적 세속화와 정교분리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슬람의 종교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혁명을 보며 우리는 해당 국가들의 독재기간의 초장기성에 놀란다. 동시에 장기독재와 빈부격차와 부패의 불가분성에도 놀라게 된다. 금번 민주혁명은 세계 오일달러가 독재와 왕족의 부귀영화가 아닌 아랍 민중들의 빈곤퇴치와 생활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중혁명이기도 하다. 제5의 물결을 보며 우리는 쿠데타나 혁명 이후의 장기독재가 끼친 부정적 유산에 눈을 떠야 한다. 스탈린 체제, 마오쩌둥, 카다피, 카스트로, 김일성. 아랍, 일부 제3세계 및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보여준 장기 일당독재·가족독재·일인독재는 ‘국가쇠퇴’ ‘민생파탄’ ‘인권폭압’이라는 거의 동일한 귀결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기독재를 앞서 견제하고 붕괴시켜 민주화 저항의 세계모범을 보이며 국가를 발전시킨 4월혁명, 반유신투쟁, 부마항쟁, 광주항쟁, 6월항쟁의 빛나는 위업에 숙연해진다. 그런 한국이 이슬람채권법과 국가조찬기도회 사례에서 종교적이지 않은 양태를 통해 대통령과 국가를 겁박하며 거의 정교일치적인 역진을 보여준 것은 커다란 역설이다.

아랍·중동혁명은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욱일승천으로 내딛던 거함 G2 중국은 이제부터는 내부의 변혁요구에 대응하느라 일정한 조정국면에 직면할 것이다. 글로벌 ‘민주혁명’의 중국 견제인 것이다. 결국 세계 민주화의 최후국면은 중국에서 종결될지 모른다. 민주화의 방식은 전적으로 중국 리더십과 인민들에게 달려 있지만, 민주화 자체를 피해가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경제발전이 생산하는 이익과 사회의 분화로 인해 근대화와 단일정당, 단일가족, 단일인물 지배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과연 근대화와 장기 일당통치의 병행이라는 인류 초유의 실험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반인류사적 실험 역시 주목된다. 북한의 장기 가족독재·일인독재는 4월혁명, 광주항쟁, 6월항쟁, 중국의 개혁개방, 독일 통일, 동유럽 해체와 소련 붕괴, 이라크 전쟁을 모두 피해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 가장 중요한 외부 변수는 중국의 민주화 여부이다. 유일 후원국가 중국의 민주화는 곧 북한 민주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외부 조건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세습독재 리더십에겐 지금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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