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24 19:43
수정 : 2011.03.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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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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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00주 연속으로 전셋값이 올랐다. 수천만원 오른 곳이 드물지 않고, 억대를 넘게 오른 곳도 있다. 서민들의 고통이 특히 심해서 지상에서 지하로 거처를 옮기거나, 변두리로 옮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참여정부에서는 집값 폭등이 사람들을 어렵게 하더니 이 정부 들어서는 전세대란이 그 몫을 할 모양이다. 사정이 심각하니 정치권도 분주하다.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들고나온 지 이미 오래다. 전월세 인상폭을 연5%까지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전셋값 폭등에 대한 불만 여론이 커지자 여당도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는 듯싶더니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단다.
지금의 전월세 대란은 과거 수년간의 집값 폭등의 결과이다. 특히 전셋값 급등은 주택가격 상승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전세 임대는 한시적으로 집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전셋값은 집값을 따라간다. 수도권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집값과 전셋값에 큰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집값 오를 일이 없는 지방에서는 전셋값과 집값에 별 차이가 없다.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끝없이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니 전셋값은 시차를 두고 집값을 쫓아가게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집값이 주춤하게 되니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금 인상이 잇따른다. 결국 과거 수년간 요동을 친 집값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전셋값 급등도 시장의 변덕스러움을 보여준다.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조정이 쉽지 않고 시장실패가 빈번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시장의 횡포로부터 시민의 주거권을 지키는 방안은 무엇일까? 보수진영에서는 시장논리에 따른 해법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의 변덕이 불러온 전세대란을 시장논리로 해결하자는 주장은 매우 불합리하다. 이들의 시장주의적 해법은 부동산경기를 살려 전세 수요를 주택 구매 수요로 전환함으로써 전세가격 폭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이 결국 전셋값 인상으로 이어진 그간의 경험은 이들의 안중에는 없는가 보다. 주택경기의 혜택을 독점하는 부유계층의 이기주의를 보여줄 뿐이다.
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정책의 초점은 집값을 안정시키고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반대론자는 재산권 침해를 그 이유로 든다. 부유층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서민층 주거권의 부정을 뜻한다면 사회적 협력의 토대가 무너지고 재산권의 존립도 어렵게 된다. 보수진영에서는 또 전월세 상한제의 반시장성을 비판한다. 전세가격 규제가 공급 감소와 전셋값 폭등의 부작용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위협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면, 이들의 시장주의는 계층이기주의를 가리는 언변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집값 상승으로 이득을 얻는 부유층에게야 시장기능의 회복을 기다리는 해법에서 얻을 것이 많겠지만, 거리로 내몰리는 서민이 얻을 것은 절망밖에 없다.
서민 주거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전세제도를 월세로 바꾸는 개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전셋값은 집의 재산가치를 따르는 것으로, 전세제도에는 집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가 강하게 배어 있다. 반면에 월세제도에서는 집을 사용할 거처로 보고, 월세 임대료는 집의 사용료에 해당된다. 월세는 주거서비스에 대한 실수요를 반영하기 때문에 투기수요에 민감한 전세보다 가격 변화가 안정될 것이다. 소득능력에 비해 세 부담이 과한 저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월세 수준에 대한 과도한 규제 없이도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전월세의 급등을 방치하는 시장방임은 부유층의 이익을 늘릴 뿐 서민층을 거리로 내모는 부정의한 제도이다. 부유층과 서민층의 격차를 늘리는 불평등은 사회의 협력 기반을 해치고 지속적인 발전을 가로막는다. 시장의 변덕을 억제하고 그 불평등을 교정하는 정부의 현명한 개입이야말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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