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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5 19:52 수정 : 2011.04.15 19:52

윤석천 경제평론가



자본의 시대이다. 자본은 끊임없이 증식하려 한다. 그 통로가 세계화이다. 자본은 세계화를 통해 먹잇감을 찾는다. 먹잇감을 공격하는 무기는 자본이다. 자본은 곧 돈이다. 세계화는 자본과 자본, 돈과 돈의 충돌을 낳는다. 당연히 통화패권을 쥔 쪽이 이러한 ‘쩐의 전쟁’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통화전쟁은 곧 패권전쟁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쉽게 끝날 리 없다. 지난달 31일 중국 난징에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통화전쟁터였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립,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공방이 어지럽게 얽힌 회의였다. 선진국과 신흥국은 환율정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반발한 나머지 국가들은 중국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의 통화바스켓에 포함시키는 논의를 진전시켰다. 달러시스템에 대한 견제가 가시적 성과를 낸 것이다. 마침내 브릭스(BRICS)는 14일 제3차 정상회의에서 여신공여시 자국 통화 사용에 합의하면서 달러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다. 통화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직 승자는 미국이다. 금융위기의 주범인 미국은 여전히 생생하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엄청난 양의 달러를 찍어 자국 경제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한편, 값싼 달러를 수출해 엄청난 자본이득을 챙기고 있다. 이 달러가 세계를 유린하고 있다. 투기화한 달러로 전세계 금융시장은 폭등하고 있다. 상품시장은 이미 거품이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자산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다. 마침내 일반화되었다. 이 인플레이션은 건강한 수요가 견인하는 것이 아니다. 달러 공습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비용견인 인플레이션이다. 악성이다.

이 정도면 통화패권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 마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브릭스를 포함한 일부 신흥국의 방어는 정당할 뿐 아니라 시의적절하다. 그 수단은 거시적으론 탈달러, 미시적으론 금리인상과 양적완화에 대응하는 ‘양적 조임’이다. 양적 조임이란 금리인상 없이 유동성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중국의 지준율 인상, 브라질의 외국 투자자본에 대한 과세, 타이의 자국 국채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등이 대표적이다. 유동성 회수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과감한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통화절상을 불러 수출경쟁력을 훼손한다. 이에 반해 양적 조임은 통화절상을 억제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들의 다양한 대응방식이 부럽다.

우리는 어떤가? 밀려오는 외국 투기자금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 그동안 수출대기업을 위한 환율개입으로 환율마저 고공행진을 했다. 그 덕에 물가 오름세는 이미 통제불능의 상황이다. 더욱이 값싼 돈의 남발로 경제주체 모두는 부채의 올가미에 걸려든 상황이다. 이제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잡는 일도 쉽지 않다.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하나 늘어나는 부채이자와 원화의 평가절상이 발목을 잡는다. 진퇴양난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나 통화전쟁의 패배자일 뿐이다. 인위적인 환율개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경쟁력도 의문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 정권은 ‘선제적 조처’란 말을 유난히도 좋아했다. 그러나 경제부문에서 선제적 조처는 전무했다. 금리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환율정책도 항상 뒷북이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나마 유동성 축소에 나서는데 정부는 여전히 재정지출을 확대한다.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감세에 열중한다. 돈 풀기에 바쁘다. 정책의 일관성은 찾아볼 수 없다.

선제적 조처는 바라지도 않는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치기를 빈다. 서둘러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금리인상이 두렵다면 양적 조임 정책을 검토해볼 일이다. 브릭스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이게 통화전쟁에서 패하지 않는 길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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