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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6 20:14 수정 : 2011.04.26 20:14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부활절과 부처님 오신 날이 이어지면서 종교 행사가 잇따른다. 어느 종교나 사랑과 자비, 그리고 각성을 통한 거듭 태어남이라는 가르침 속에 더 바람직한 삶과 사회를 말한다. 인류 역사 속에 종교가 지닌 비중이란 결코 작지 않지만, 21세기 과학시대에 종교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고, 더 나아가 종교의 이름으로 분쟁도 많다. 예수나 부처가 종교를 만들라고 한 것도 아니라면 지금의 종교는 사랑을 말한 예수나 자비를 말한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우리들의 해석에 불과하다. 리처드 도킨스 교수의 <만들어진 신>이란 반종교적 책이 인기 도서에 오르는 것처럼 결국 우리는 자신의 욕망이 만들어낸 해석에 의해 스스로 분란과 질곡에 빠지는 셈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기존 종교보다 더욱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종교와 신이 있다. 욕망의 만족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과학을 수단으로 한 자본주의라는 종교와 이들의 물신(物神)이다. 물신이라는 우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무한경쟁을 통한 자본축적을 제시한다. 복지와 공공성은 파괴되고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강자는 약자의 몫마저 당당하게 강탈한다. 이것은 우리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가득 차 있어서 결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기업이나 경제·언론·정치·교육 분야 및 종교계마저 접수한 상태다. 자연스레 이웃에 대한 배려는 없어지고 오직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기심만이 강조되어 양극화는 심화되고, 특히 이 우상은 종종 그 희생물로서 인간의 목숨을 요구한다.

최근 법인화된 국립대학인 카이스트에서의 무한경쟁으로 나타난 자살, 비정규직의 연이은 죽음들, 가난 속에 목숨을 끊는 가장들의 이야기는 넘쳐나는 성공신화와 승자의 영광을 간증 삼아 소리 없이 지워진다. 이 종교집단에서 법은 있는 자들의 행태를 정당화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사람을 몽둥이로 때려도 풀려나고, 서민의 거액을 떼먹은 배부른 자들은 당연히 무죄다. 심지어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의 눈물과 땀으로 이루어진 재벌이 오히려 시대의 구세주로 등장한다. 이들은 그릇에 물이 차면 넘치게 되어 있으니 우선 그릇부터 채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물신의 그릇은 물이 차면 다시 커져서 결코 넘치지 않는다.

불행히도 이 신흥종교의 맹신자이자 물신을 가장 숭배하는 집단 중 하나가 서울 강남의 특정 교회집단이다. 나라의 통치집단으로 등장한 이들로 인해 물신의 세력은 국가권력으로 등장했다. 집권 초기부터 돈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팔았다. 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국제사회의 그 어느 나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 쇠고기 완전 개방이라는 폭력적 조건을 과학으로 포장하고 국제기준이라고 국민을 속이려 했다. 당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제대로 된 교역 기준을 무시한 그 업보는 앞으로 이들이 추진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반영된다. 이 사이비 종교집단의 주장에 따를 때 유럽연합에서는 쓰레기보다도 못한 쇠고기 부위가 안전한 먹을거리로 수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조만간 캐나다와 합의될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이라는 합리적 조건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재협상을 추진해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 쇠고기 완전 개방이라는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

결국 종교의 폐해로부터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광신도들의 진정한 참회와 회개가 필요하다. 생명과 이웃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 더는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약탈하는 구조를 강화하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사이비 종교가 가득한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진지한 얼굴로 무엇이 문제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수도자의 열정으로 물신의 유혹에 저항한다면 그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가 죽지만 과거를 잊어서는 미래가 죽는다. 삶을 피폐하게 하는 종교로부터 올바른 예수와 부처의 가르침을 되찾아야 하듯이 이 시대의 물신 종교를 탈신화화하여 생명과 인간의 삶에 대한 예의를 회복해야 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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