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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4 19:08 수정 : 2011.06.14 19:08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지적인 자극으로 가득 찬 수업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교육을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지난주 반값 등록금을 위한 ‘책 읽는 시위’에 참가했다. 카이스트는 장학금 혜택이 많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가하게 된 건 대학교수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반값 등록금 문제를 무상교육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학력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으며, 아직 대학은 모든 국민에게 무상으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 너무 오랜 준비기간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것이 확대되는 것에 반대한다. 대학교육이 선택일 수 있도록 학벌사회를 타파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며, 선택적인 대학교육에 국민의 세금을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저렴해야 하는 것은 옳기에 반값 등록금 시위는 정당하다.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대학 등록금이 오른 것은 ‘시장의 공정한 가격경쟁’이 아니었다. ‘학벌사회’라는 현실에 편승해 대학끼리 암묵적 담합이 간접적으로 작용했다. 대학의 꼬리표가 결혼부터 취직까지 평생을 좌우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 정책이자 엠비정부 인수위의 추진사항이었던 반값 등록금을 임기 안에 실행하라고 지금 요구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사립대학들은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국가는 국립대 등록금을 현저히 낮추어야 한다. 또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확충해 등록금 부담을 해결한다면, 재원 마련은 이제 ‘의지의 문제’일 뿐이리라.

등록금 문제를 가계부담 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등록금의 적정화 차원에서 논의했으면 한다. 대학은 과연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적 가치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지식나열식 일방적 수업과 암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지적인 자극으로 가득 찬 수업, 전공 분야에 대한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강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전공 지식을 활용하는 교육을 우리는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정직하게 대답하자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기업에 물어보라, 대학이 배출한 인재들이 유용하냐고. 대학 졸업자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대학 때 제대로 배웠냐고.

등록금의 반값을 내기도 아까운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는 우리 대학이 등록금을 낮추는 일 못지않게 노력해야 할 일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시간강사 대신 강의교수 제도를 통해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동영상과 실험재료를 통해 다양한 지적 자극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토론과 참여가 보편화되고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강의 수와 교수 수를 늘려야 한다.

대학교수의 승진이나 테뉴어 심사 때도 교육평가는 연구평가 못지않아야 한다. 그들이 연구소의 연구원이 아닌 이상, 연구실적이 절대적인 지금의 평가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대학생들의 눈높이는 이미 세계적 석학들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테드(TED) 강연이나 매사추세츠공대(MIT) 공개강좌 수준에 닿아 있는데, 우리의 교육현실은 10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으니 걱정이다.

수식 안에 숨어 있는 자연의 진리를 엿보는 수업,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통찰력을 던져주는 강의, 완전한 몰입 속에서 지적 흥분을 만끽할 수 있는 교육. 대학은 학생들에게 이런 교육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평생 탐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도록 자극하는 것, 이것이 바로 대학이 학생들에게 전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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