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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9 19:26 수정 : 2011.06.19 19:26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야권 후보단일화의 근본 이슈는
연합이냐 통합이냐가 아닌
집단지성의 협업정치 구축이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쪽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만난 자리에서 당신들의 당면 목표는 당선이 아니라고 내가 운을 떼자 그들은 당혹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어 나는 정치의 기존 개념을 바꾸고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을 혁신하여 2012년 집권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날 고개를 수십번 끄덕이던 문국현 사장은 이후 어리석게도 승리의 환상을 불나비처럼 쫓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그가 대선 후보를 선언하기 며칠 전 더이상 무의미한 잔소리를 그만두었다.

그 당시 많은 이들은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척박한 한국 현실에서 장기적 시야를 이야기하는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권의 주요 인사들 중에서 바람직하게도 긴 호흡으로 2017년 대선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승리의 가능성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그 중독 증세가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다윗이었던 박근혜 의원은 이제 골리앗이 되었고 유사한 ‘진정성 정치’를 구사하는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상황의 악화 속에서 그녀는 더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릴 것이다. 이에 따라 제반 정치세력들이 벌써부터 집권 이후 장밋빛 환상에 빠져들며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고 있다. ‘1 대 1 단일후보만 낸다면…’

하지만 단일후보의 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흥행이나 선거 승리 이상의 더 큰 목표를 가진다는 측면은 너무 쉽게 잊는다. 그것은 집단지성의 협업의 관점으로 정당과 정치를 장기적으로 새롭게 재편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각 정파가 서로 공존의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지성들 속에서 훈련되고 성장하게 제도적·문화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이다. 이의 성공 여부가 대선 이후 ‘2013년 체제’가 지속가능하냐 아니면 선거 직후 추락하느냐를 좌우할 것이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협업이라는 ‘위키노믹스’의 관점에 서게 되면 정치세력간 선거연합의 문제도 더 선명히 드러난다. 즉 단지 연합이 어려워서나 흥행이 보장되지 않아서만이 아니라 20세기 낡은 정파들의 위로부터의 엘리트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엘리트들의 문제는 자신들이 너무 훈련이 안 된 상태로 집권한다는 섬뜩한 사실을 아직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대학 개혁 문제만 하더라도 기존 엘리트들의 논의 수준으로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놀라운 것은 대학생들의 현주소에 대한 심층적 조사 데이터조차 없으면서 자신들의 대안에 강한 확신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복지, 노동, 환경, 정부 규제 등 다른 쟁점들에도 비슷하게 해당된다. 집단지성의 협업은 이러한 문제들을 심층분석하고 창조적인 대안을 함께 구성하는 과정이다.

결국 하반기 야권 정치의 근원적인 이슈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연합이냐 통합이냐가 아니라 ‘위키노믹스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자꾸 통합은 어렵다면서 소위 ‘엘리트’들간 연합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엘리트들간 합의에만 관심을 가진 이들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20세기 정당의 틀은 놔두더라도 우선 이 집단지성의 새로운 지구적 플랫폼을 공동으로 만드는 것에 헌신하지 않는 이들은 다른 속셈이 있거나 혹은 21세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결국 그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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