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7 19:04
수정 : 2011.06.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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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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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천덕꾸러기인 농업을
왜 선진국은 보물단지 모시듯 하나
그 이유를 모르니 참된 농정이 없다
“요즘 60은 청년”(6월21일 농수산공직자 청와대 초청 오찬)이란다. 너무 긍정적이다. 혹 ‘내가 해봐서 아는데’ 화법의 하나라면 할 말이 없다. 70을 넘기고도 웬만한 청춘 뺨을 때릴 정도로 건강이 좋으니 60에는 펄펄 날았을 거다. 충분히 짐작은 된다. 그렇다고 ‘60 청년론’이 일반화될 순 없다. 60이 청년이면 70~80은 중장년이 돼야 맞다. 마술처럼 농촌이 젊어진다. 하나, 마술일 뿐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농촌 노동력을 쥐어짜려는 발상에서 나온 말이 아니길 빈다. 그리 채찍질을 하지 않아도 고령의 청년들은 이미 넘치게 일하고 있다.
농업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건 알겠다. 그래도 “보조받은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사례는 없다. 대한민국 기업도 초기에 다 지원을 받았지만 어느 단계에서 그것을 탈피하고 발전했다”는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이 아닌 ‘산업의 역군’ 냄새만 진동한다. 그러니 보조금을 주며 농업을 지탱하는 게 영 못마땅할 거다. 산업의 역군인 토건족에 줘야 할 돈을 농민에 주자니 짜증도 날 거다.
불행한 일이다. 농업의 희생으로 한국의 오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60~70년대 산업노동자는 거의 농촌 출신이었다. 이들을 저임금으로 부리기 위해 농촌의 피폐가 의도적으로 방치되었다. 그 책임에 눈을 감고 있다. 보조금 지급도 세계적 관행임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빼곤 거의 전세계 주요 국가가 농업보조금을 지원한다. 우리만 주는 게 아니다.
왜 주는 걸까. 우리에겐 천덕꾸러기에 불과한 농업을 왜 선진국은 보물단지 모시듯 하는가. 그 이유를 모르니 참된 농정이 있을 수 없다. 수박 겉핥기, 속 빈 강정의 정책들만 난무한다.
식량이 안보임을 절감할 날이 머지않았다. ‘값싼 농산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세계 인구의 폭증과 신흥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농산물 수급의 균형을 깨고 있다. 농업은 점차 돈이 되는 산업이 될 것이다. 농업은 미래산업이다.
미 통계국은 금세기 중반 지구촌 인구가 90억명을 돌파할 거라 예상한다. 현재 70억명이니 약 30% 정도 느는 셈이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농산물 생산량이 인구 증가율 이상 늘지 않는 한 가격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지수적 성장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중산층이 늘면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일단 많이 먹는다. 육식을 늘리고 질 좋은 식료품을 선호한다. 커피·설탕·코코아와 같은 기호식품 수요도 늘린다. 식량뿐 아니라 농산물 전반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눈치 빠른 돈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경제 관련 뉴스를 다루는 보도자료통신사 <마켓와이어>에 따르면 전세계 농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 남미, 아프리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전세계적 현상이다. ‘스마트 머니’만 농지를 사는 게 아니다. 국가도 나서고 있다. 중국이 그 선두에 있다. 아프리카를 ‘차프리카’(Chafrica)라 부를 정도다. 이들이 농지를 사는 이유는 뻔하다. 농업이 돈이 될 거란 믿음 때문이다.
우린 무얼 하는가. 유엔의 식량가격지수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우리에겐 그리 큰일이 아니다. 빵 가격이 몇백원 오른다고 당장 굶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둘러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몇백원에 민초들의 생사가 갈린다. 배고픔은 얼마든지 혁명을 부를 수 있다. 농업이 흔들리면 민중의 삶이 무너진다. 중동에서 보듯 국가 기반까지 허물 수 있다. 지금 당장 농촌의 자생력을 기르고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발전시킬 묘안을 찾아야 한다. 농업은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농업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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