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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7 19:04 수정 : 2011.07.07 19:04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

현역병으로 입대했더라도
군대가 전혀 적성에 안 맞을 경우
대체복무로 전환시키면 어떤가

최근 해병대 부대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로 여러명의 젊은 사병이 목숨을 잃었고 가해 사병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군기의 해이, 총포류 관리의 허점, 군대 내 왕따 관행, 비인간적 조직문화 등 다양한 원인론이 제시되고 있다. 막강한 조직문화와 독특한 유대의식을 자랑하던 해병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군대 내 총기사고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대로라면 근본적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채, 유가족과 관련자들에게 상처만 남긴 채 이 일도 다시 잊히게 될 것이다. 사실 현재의 제도와 안보환경 아래서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격과 기질이 제각각인데다 혈기는 가장 왕성한 젊은 남성들을 한 공간 내에서 생활하게 하는 데서 필시 감정대립들이 생겨나는 것일 테고, 어떤 이들은 이를 끝낼 방도를 바로 손 가까이 있는 무기에서 찾으려 드는 것일 게다. 가해자들이 일을 저지를 때는 자신도 파멸한다는 것까지 예상하고 있다는 것(대개는 가해자들 자신도 자살을 기도한다)을 보면, 폐쇄상황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적 상처와 모멸감이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지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피해자들은 일반적 인간관계에 익숙한 젊은이들이겠지만, 가해자들도 단지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르는 ‘미치광이’는 아닌 것이다.

남북 간의 유혈 충돌로 인한 인명 희생에다 군대 내 문제로 인한 희생이 더해지니, 숨져간 목숨들이나 인명살상자가 되어버린 가해 사병이나 한국적 특수구조의 피해자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군기 강화라는 답을 내놓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마다 군내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면 이는 대책이 될 수 없다. 군대 인권개선을 통한 군대의 인간화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를 위한 개선책도 일부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는 미흡한 제도 때문에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병사들이 군내 인권침해를 외부 인권기구에 진정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부대 내에서 더 심한 괴로움을 겪게 되니 말이다.(<한겨레> 7월7일치 4면) 전문가들은 한국의 군조직이 군인 개개인을 일반 시민과 같은 인권과 존엄성의 주체로 보지 않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은 군대 인권문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로 독일·노르웨이·캐나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군사(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군사·국방 문제를 전담하되, 독립적 권한을 가지고 인권 문제까지 광범하게 살피며 개선책을 권고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은 경직된 군대조직을 인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재승·김종서·안정애 교수의 글을 참조) 이 같은 국방 옴부즈맨으로는 여성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반 사병은 아니지만 사관학교 생도들의 경험담으로는, 여생도들의 사관학교 입학이 허용된 이후에는 그 이전까지 행해지던 불필요한 기합이나 맹목적 복종훈련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군대와 여성의 관계 맺기를 통해 군대의 인간화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징병제 철폐를 기약하기 힘든 한국 상황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체복무제는 주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관련해서 제안되었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역병으로 입대했더라도 군대생활이 전혀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대체복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떤가. 파멸적 인간관계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백년해로를 약속하고 결혼한 부부 사이도 틀어지면 이혼을 할 수 있는데, 한 번 입대하여 군대에 배치되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는 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재고할 문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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