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1 18:54
수정 : 2011.07.1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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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서울대 교수·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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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공적부조·기업복지가
개개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종합적 분석조차 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5대 사회보험과 1개 공적부조를 가지고 있는 ‘복지국가’이다. 건강보험과 노인요양보험,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1인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의 근로자 모두를 대상으로, 기초생활보장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멋지지 않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의 각종 사회지표에서 늘 뒤쪽에 맴도는 복지 후진국,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부러워할 만도 하다.
현실은 많이 다르다. 국민연금은 가입대상자 1909만명 중 약 507만명이 보험료를 내고자 하지 않는 ‘납부예외자’이고, 이들의 약 80% 정도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106만명은 연금보험료를 내다가 못 내게 된 ‘장기체납자’라서 국민연금에서는 총 613만명이 제외되어 있다. 건강보험에서도 217만명이 장기체납으로 인해 ‘급여제한’ 상태에 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고용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취업자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나마 취업자 중에서도 산재보험은 257만명이, 고용보험은 657만명이 적용을 못 받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주로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 근로자이거나 비정규직 및 일용직 근로자 들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은 257만명이 제도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중 100만명은 실제 부양을 받거나 말거나 돈을 버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되고, 전 국민의 3.2%인 157만명만 적용을 받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120%에 해당하는 차상위 계층 70만명은 더 적용을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적용자보다 더 많은 170만명 정도가 정말 가난하면서도 국가의 보호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종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가 중첩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도 못 내는 사람들이 한가하게 국민연금에 들겠는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못 내는 사람의 3분의 1 정도는 건강보험료도 못 내 혜택을 못 받고, 산재·고용보험은 취직을 못 해서 못 받고, 기초생활보장은 ‘소득이 너무 많아서’ 못 받고, 이래서 어느 한 가지도 혜택을 못 받게 된다.
반면 직장이 안정된 집단은 각종 사회보험의 수급도 안정적으로 받게 된다. 그중에서 대기업이나 좋은 공기업에 종사하는 계층에게는 두툼한 기업복지가 얹어진다. 요즘 논란이 되는 비싼 대학 등록금도 좋은 직장이라면 다 대준다. 여유 있는 수입으로 가입한 각종 민간보험으로 이들은 노후생활도, 의료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사회는 ‘최소한으로 제한된 기초생활보장 계층’ 위에 ‘아예 사회보장의 대상이 안 되거나 보험료를 못 내 모두 탈락한 계층’, ‘가계와 고용이 불안정해서 두세가지 사회보험에서 탈락한 계층’, ‘모든 사회보험의 혜택을 안정적으로 받는 계층’, ‘모든 사회보험의 혜택 위에 기업복지나 개인복지의 혜택을 더 두텁게 받는 계층’, 그리고 최상층에는 복지제도 자체의 의미가 없는 ‘부동산·금융·주식 등으로 최고소득을 올리는 계층’으로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5대 사회보험과 1개 공적부조, 그리고 기업복지와 민간보험들이 국민 개개인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종합적인 실태 분석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넓은 사각지대 때문에 사회보장제도가 분배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위험성이 크다. 복지가 복지에 역행하는 모순이다.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고 복지의 혜택을 더 늘리면 어떻게 될까? 복지 개혁의 최우선 순위는 사각지대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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