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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7 19:01 수정 : 2011.07.27 19:01

황광우 작가

200일이 넘도록 목욕은커녕
땅조차 못 밟은 한 여성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는가?

2011년 7월10일 새벽 2시46분, 김진숙을 만나러 간 1만여 시민들에게 경찰이 쏜 것은 물대포가 아니라, 푸른색 화학물질이었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물대포를 쏜 경찰들의 몰지각한 행위도 역사에 길이 남겨놓아야 할 엠비정권의 비행이었지만, 이번 화학물질 발포는 심각한 인권유린이다. 경찰은 최루액을 살포한 것이라며 별것 아니라고, 몸에 해롭지 않은 것이라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최루액이 아니었다. 그것은 테러리스트를 진압할 때나 사용해야 할 특수 화학물질이었다.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최루탄은 시위자들의 눈물을 강제하나, 이성을 잃게 하지는 않는다. 대개의 경우 최루탄은 하늘을 향해 발포하기 때문에 시위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이 푸른색의 화학물질은 순간 의식을 잃게 하는 물질이었다. 눈을 뜰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구토를 유발하며, 데굴데굴 구르는 것 이외엔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게 하는 독극물이었다.

남성들에게만 발포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에게까지 발포하였다. 그 독극물은 가스가 아니라 액체였다. 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몸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화상을 입은 경우처럼 온몸을 뜨겁게 후끈거리게 하는 액체였다. 한 참가자의 전언에 따르면 주머니 속의 세종대왕이 검게 변해버렸다고 한다. 남자들은 웃옷을 벗어버리고 물을 뒤집어쓸 수 있으나, 여성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한 여성은 여고생인 딸을 데리고 갔는데, 이 독극물을 뒤집어쓰고 발광을 하는 딸에게 “참아라, 조그만 참으면 괜찮아진다. 참아라”고 주문했다 한다.

이것이 참을 일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침략한 일본 군인들이 중국 남자들을 잡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사람의 가죽을 벗겨 죽였다. 하여 오늘날도 중국인들은 일본인을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요괴(妖怪). 그 이상 찾을 단어가 없어 선택한 최후의 언어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을 요괴로 내몬 그 악독한 일왕도 자기 국민을 상대로 전쟁놀이를 하지는 않았다. 지금 엠비정권이 희망버스를 향해 독극물을 발포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전쟁놀이를 하자는 것 이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민주공화국의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생명의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은 자신의 소유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소유권이란 무엇인가? 이건희와 정몽준과 조남호에게 소유권은 그들의 재산권이겠지만, 가진 것이라곤 몸뚱어리밖에 없는 노동자에겐 몸이 재산이고 노동이 소유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는 임금노동자의 ‘노동할 권리’를 부정하는 재벌이 있다면, 재벌의 정리해고를 묵인하는 정부가 있다면, 우리는 존 로크의 가르침 그대로 자유와 안전과 소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를 전복하는 길밖에 없다.

다시 한번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에게 묻는다. 정녕 한나라당은 재벌의 불법을 묵인·비호하는 ‘한나라분열’ 정당인가? 걸핏하면 시장에 달려가 떡볶이를 먹으며 친서민 퍼포먼스를 하다가도, 위험한 소를 수입하지 말라, 강을 파지 말라는 촛불시위 앞에선 특유의 고집과 몽니로 일관한 엠비와 홍준표 당신이 조금이라도 다를 것 같아 묻는다. 여름철 크레인의 철판은 달걀을 반숙하게 한다고 들었다. 200일이 넘도록 목욕은커녕 땅조차 밟지 못하고 있는 한 여성 노동자의 눈물을 당신이 닦아줄 수 없는가? 테러리스트에게나 투입해야 할 독극물을 여고생에게까지 난사한다면, 그 정부가 정부 맞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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