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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8 19:12 수정 : 2011.08.08 19:12

윤석천 경제평론가

엘리트란 자들의 마초적 돌격정신은
금융기관 운영에 독이 될 뿐이다
여성이 더 적합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거대화를 향한 인간의 꿈은 끝없다. 성장, 발전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거다. 인간은 커지기 위해 안달을 한다. 실제로 살아남는 건 작고 여린 것들이나, 이는 무시되기 일쑤다.

한국은 큰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가마솥도 우체통도 세계 최대여야 한다. 이러니 거대 투자은행을 꿈꾸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결과물이 ‘자본시장법(자통법) 개정안’이다. 미국 자본시장 흉내내기가 본격화되었다. 개정안을 주도한 조직의 수장이 골드만삭스를 본보기로 꼽고 있으니 과장은 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자통법 목표대로 자본시장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빅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거대 투자은행은 세계적 추세일까. 또 골드만삭스는 우리가 추종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가. 그렇지 않다. 미 정부의 금융정책은 탈규제에서 규제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볼커룰을 만들어 거대은행의 방만한 운영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위기의 주범인 금융업의 한계를 돌아보고 있다. 이 여파로 골드만삭스도 추락하고 있다. 올 2분기 실적은 최악이다. 레버리지 매매와 자기자본 매매 제한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월가만의 비밀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독 한국은 시계추를 되돌려 미국의 실패를 답습하려 한다. 거대 투자은행이 급한 게 아니다. 작은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 저축은행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년도 더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해결 못하고 있다. 이게 한국 금융의 현실이다. 저축은행 처리에 4대강 공사에 버금가는 돈이 들어간다 한다. 그것도 2008년부터 투입한 돈만 계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환골탈태한다는 보장도 없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돈만 들이붓는다고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런 마당에 대형 투자은행을 꿈꾼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미국을 흉내내기보단 한국적 금융기관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남다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를 여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해볼 일이다.

금융기관 운영은 보수적이어야 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무모한 공격적 경영이 금융기관을 파국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리먼브러더스나 저축은행을 보면 안다.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적이다. 잘못에 대한 인정도 빠르다.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남성은 결정을 하고 나면 그 후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여성은 결정을 내린 뒤에도 일이 완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여성의 소양은 금융기관 운영에 필수적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무모함을 키운다. 자신감을 늘려 위험을 무시하도록 한다. 승리를 할 경우엔 더하다. 성취를 이룬 남성은 객관적 리스크를 무시한 채 독단적 결정을 내리기 쉽다. ‘하면 된다’는 어리석은 신념을 갖게 된다. 엘리트란 자들의 자아도취적 공격성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마초적 돌격정신은 금융기관 운영에 독이 될 뿐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금융기관 운영엔 더 적합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는 과학적인 사실이다. 실제로 아이슬란드는 여성을 기용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여서 망한 것이다. ‘리먼시스터스’였다면 2008년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지금은 성급히 몸집을 키울 때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식 금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살아남은 것은 거대 공룡이나 매머드가 아니다. 세균이다. 작고 여린 것이 훨씬 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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