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17 19:19
수정 : 2011.08.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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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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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집단해고를 묵인하면서
상생의 발전을 떠드는
당신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60년 전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은 완전한 자주 독립”이라고 말했으나, 오늘 우리는 “노동에 대한 예의”를 애타게 갈구한다. 지금 북한이나 남한의 지도자들은 모두 노동자를 장기판의 졸로 알고 있다.
내가 북한을 안타깝게 보는 이유는 조선‘노동’당이 ‘노동’을 홀대하기 때문이다.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동지가 창안한 주체사상에 따라 살자”고 하지만, 주체사상은 수령의 지도적 역할을 중시할 뿐 노동의 역할은 경시한다. 주체사상은 혁명·전쟁과 같은 비상한 상황에서나 성립할 수 있는 논리이지 일상의 평화로운 시기엔 폐기되어야 하는 논리이다. 주체사상은 노동자의 주체성을 억압한다.
제아무리 영명한 지도자도 대중의 생산활동을 계획·명령할 수 없다. 그러니 대중의 생산활동은 대중에게 맡겨라. 이것이 애덤 스미스 경제이론의 골자이다. 노동자의 생산활동을 위대한 영도자가 지도·계획하려 할 때, 그의 지도는 필연적으로 노동의 질서를 왜곡한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국부론>을 읽어야 한다. 농민에게 토지를 돌려주라. 그 길만이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다. 석기시대에도 자급자족하던 인민이 왜 지금 굶주리는 거냐? 인민에게 시장을 돌려주라. 그 길만이 노동자의 생산활동을 복구할 수 있다.
북한이 시장무시죄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면, 지금 남한은 시장숭배죄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모든 가치의 창조자이지만, 팔리지 않을 경우 저장할 수가 없는 아주 불쌍한 상품이다. 팔리지 않는 노동자는 바로 굶주림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현대의 임금노동자가 고대의 노예보다 더 혹독한 예속의 조건에 놓이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민주공화국은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라고 나는 배웠다. 그런데 김지하 시인이 ‘오적’에서 “재벌이란 놈 나온다.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숙수 뺨치겄다”라고 고발한 그 재벌들이 아직도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다.
최근 노태우가 김영삼에게 건네주었다고 자백한 3000억원의 불법자금은 어디에서 나온 돈일까? 재벌들로부터 받은 뇌물이 아닐까?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에 따르면, 일해재단에 삼성 이건희가 바친 돈이 45억원이었고, 1983년에서 1987년까지 조남호의 부친 조중훈이 전두환 정권에 상납한 기부금은 총 154억원이었으며, 1987년 대한선주(한진해운의 전신)를 인수하면서 기부한 돈이 50억원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안고 태어났다”고 우리들은 배웠는데 살아 보니 “노동자들은 재벌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을 뿐”이고, “근로자를 가족처럼” 돌보겠다는 재벌들의 약속은 “노동자를 가축처럼” 부려먹다 버리겠다는 구호였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월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상생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의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파이어(Fire)! 말 그대로 해고는 총살이다.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조남호가 버린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이 또 죽어갈 것이다. 노동자들이 재벌들의 일방적 폭압에 떠밀려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배짱 좋게 공생발전을 외치고 있다. 재벌의 집단해고를 묵인하면서 상생의 발전을 떠드는 당신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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