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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6 19:09 수정 : 2011.09.06 19:09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올해도 10월29일 오후 2시에
전국 42개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과학자 100명이 강연을 한다

10명의 젊은이들은 지난 초여름부터 일찌감치 10월의 하늘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작년에 처음 시작된 과학강연 나눔행사 ‘10월의 하늘’을 올해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다. 누리집(www.nanumlectures.org)을 만들고, 전국 도서관에 연락하고, 근사한 강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느라 여름 내내 개미처럼 바빴다.

민감한 사춘기 시절, 우연히 듣게 된 과학자의 강연으로 우주의 경이로움에 매혹된 청소년들은 자연에 대한 탐구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은 도시의 청소년들은 과학자를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다. 이런 안타까움을 달래고자,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이 과학강연을 기부하는 행사가 바로 ‘10월의 하늘’이다. 올해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오후 2시에 전국 42개 도서관에서 100명의 과학자들이 강연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이맘때 ‘저와 함께 지방 도서관에서 강연 기부를 해주실 과학자 없으신가요’라는 트위터의 작은 메시지 하나가 온종일 트위터 타임라인을 훈훈하게 달구었다. 결국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67명의 과학자들이 동시에 과학강연을 기부하는 ‘아름다운 기적’이 만들어졌다. 1년 중 364일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대가를 세상에 정당히 청구하지만,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하루만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 재능을 기꺼이 나누고 기부하자는 취지를 많은 분들이 공감해준 덕분이다.

과학을 책이나 방송을 넘어 ‘강연’ 형태로도 소통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이제 과학강연은 학창시절에만 듣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의 한 형태로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의미있는 아이디어를 널리 퍼뜨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미국의 테드(TED) 강연에 비하면, ‘10월의 하늘’은 한없이 초라하다. 세계적인 석학이 강연하는 행사가 아니라, 그날 지방으로 내려가 기꺼이 과학강연을 기부하겠다고 자원해준 분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근사한 강연장이 아니라 100석 정도 되는 작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며, 듣는 청중도 수만달러씩 내고 듣는 테드와는 달리 그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지역별 테드(TEDX) 운영자’처럼 근사한 직함을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10월의 하늘’ 운영자들은 모두 순수한 노력기부자들이다.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고, 조직활동을 강제하지도 않는, 그래서 ‘기억으로 가입되고 망각으로 탈퇴되는’ 느슨한 조직이다. ‘누군가 카메라로 우리 과학강연을 동영상 촬영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만 간절한 가난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10월의 하늘’이 올해도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작년의 감동을 잊지 못한 재능기부자들의 열정 덕분이다. 먼 거리를 버스 타고 온 학생들의 눈망울을, 40분 강연을 위해 사흘을 준비하고 하루종일 차를 달려 강연해준 강연자의 땀을, 한번도 과학강연 행사를 해본 적이 없는 도서관 사서의 친절한 배려를 잊지 못하고 올해를 기다려온 분들 덕택이다.

올해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별강연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어떻게 강연할지, 우리에겐 즐거운 도전이다. 또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연극이나 공연으로, 낭독회나 모의법정 방식으로 어떻게 과학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또한 우리들의 행복한 고민이다.


2011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에도 한반도에선 단군 이래 가장 거대한 과학강연이 전국 도서관에서 벌어진다. 그날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일년 내내 10월의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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