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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5 19:08 수정 : 2011.09.15 19:08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세계는 중저가 무기로 돌아가는데
우리만 세계 최고 성능의 무기를
추종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고 있다

국제 무기시장과 항공·방위산업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세계 최첨단의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무기는 백인국가들의 전유물이다. 유색인종이 주축이 된 나라가 내놓은 장비들은 대부분 중저가 무인항공기나 경비행기들이고, 첨단 전투기는 앵글로색슨과 게르만, 슬라브족의 잔치나 다름없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가 올해 3월에 발표한 국제무기거래 추세를 참고하면 최근 5년간 세계 무기거래는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백인국가 5개국이 재래식 무기 공급의 75%를 장악한 ‘공급자에 의한 독과점’ 체제다.

이에 반해 무기를 수입하는 상위 5개국 면면을 보면 인도에 이어 중국과 한국이 공동 2위, 파키스탄, 그리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백인 공급국, 유색인종 수입국이라는 구도는 1980년대에 풍미한 종속이론이 딱 들어맞는 이미지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이 주로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저가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서방 무기를 수입하는 부동의 1위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편 내년도 국방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방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현 정부가 끝나기 전에 우리는 인도를 제치고 세계 무기수입국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지난 8월에 미국에 가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8월 말부터 기획재정부는 미국제 무기 도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국방예산을 재검토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받았다. 이에 기재부 예산실은 당초 8조3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스텔스 기능의 고성능 전투기 도입 예산을 9조1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제 특정 기종을 염두에 두고 사업예산을 늘리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2013년으로 예정된 미국제 대형 공격헬기(아파치) 도입 시기도 2012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청와대 지침도 내려왔다. 그런데 아파치 헬기 값은 대당 400억원에 도입한다는 방위사업청의 기대와는 달리 2배 이상 상승될 전망이다. 군의 요구수량을 충족시키려면 3조원 정도 소요된다. 올해 7월 한미연합사령관으로 부임한 제임스 서먼 대장은 “해외 미군 사령관 중에 아파치 헬기 대대가 없는 사령관은 나 혼자밖에 없다”고 푸념하며 한국군의 아파치 도입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아파치 헬기 도입의 필요성이 청와대로 전달된 모양이다.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는 미국도 값이 비싸서 포기하려는 무기다. 4세트를 4600억원에 도입하려는 방위사업청에 미국은 9600억원을 내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했던지 보수언론은 “빨리 사라”고 정부에 다그치는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에 연기했던 대통령 전용기 도입도 다시 추진될 예정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무기구매 압력을 방어할 힘과 자신감을 모두 잃었다. 미국에 의존하면 할수록 대규모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피할 길이 없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계는 값비싼 초고성능 무기보다는 중저가 무기로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유독 우리만 세계 최고, 제5세대 성능의 무기를 추종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검토하는 미국 무기는 단지 도입비용뿐만 아니라 높은 운영유지비로 악명이 높은 ‘돈 먹는 기계’들이다. 굳이 정권 말기에 이를 모조리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따져볼 여유조차 없는 것은 바로 한반도의 안보 불안, 미국에 의존하려는 정치권력의 속성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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