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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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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고수의 대결은 박빙이다
파국을 피하며 승부를 본다
그 싸움엔 안 끼는 게 상책이다
미국 상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각) 중국을 비롯한 환율 저평가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환율조작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중국은 “국제무역규범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중 2차 환율전쟁이 터진다고 호들갑이다. 하나 내겐 고수들의 바둑 대결로 보인다. 절세 고수의 대결은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다. 일방적인 승리도 거의 없다. 박빙이다. 외줄을 타듯 위태롭지만 파국을 피하며 승부를 보는 게 고수들의 대결이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상품이 수입돼 160만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명분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설사 위안화가 대폭 절상되어 수출 경쟁력을 잃는다 해도 중국의 저가 제조업이 미국으로 갈 리는 없다. 이미 미국은 제조업 기반을 잃었다. 중국이 경쟁력을 잃으면 그 산업은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이동할 것이다. 미국이 반사이익을 얻지는 못한다.
보복관세를 부과해 미국은 얻는 게 있을까. 표면적으론 거의 없다. 미국 인구통계국 자료를 보면, 올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000억달러, 수입액은 약 3740억달러로 추산된다. 양쪽 모두가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일견 중국이 큰 손해를 볼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중국 제품의 주된 구매자는 미국의 서민층이다. 보복관세 부과로 미국은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런 간단한 셈법도 생각하지 못하고 법안을 통과시켰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단순한 환율전쟁, 무역전쟁에 있지 않다. 미국은 중국에 그 이상의 경고를 하고 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분명히 줄어든다. 전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약점을 공격해 실익을 챙기려 한다.
실익이란 바로 미국 채권시장의 가장 큰손인 중국이 미 채권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물건이 아니다. 달러로 표기된 채권이다. 미국은 달러를 수출해 먹고산다. 달러를 수출한 돈으로 물건을 산다. 중국은 물건을 수출해 번 돈으로 달러를 산다. 공생관계다. 미국은 이 관계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정책에 위협을 느낀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출국에 대한 미국의 끊임없는 환율 압박은 사실은 자국 채권을 계속해서 사라는 강력한 의사표현이다. 무역전쟁이 목표가 아니다.
최근 중국은 유럽 채권에 집중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유럽의 구원투수 노릇을 하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동시에 통화패권 장악을 꾀하고 있다. 이를 보는 미국의 심정은 어떨까. 편할 리 없다. 이게 바로 미국이 환율을 문제삼는 진짜 이유다. 미국의 관심은 무역적자에 있지 않다. 무역전쟁을 일으키려는 것도 아니다. 자국 채권의 안정적 판매를 통한 통화패권 유지가 그 목표이다.
미국은 중국의 약점을 잘 안다. 중국도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어디인지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의 전쟁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슬그머니 봉합된다.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다. 언제든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의 중국 공격은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대신 대중국 압박 카드로 주변국인 한국 등을 공격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한국 대통령은 미국 편들기에 바쁘다. 그래도 좋은 걸까. 정치와 경제는 별개일 수 없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고수들 싸움엔 끼지 않는 게 상책이다. 뺨 맞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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