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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3 19:23 수정 : 2011.10.23 19:23

금태섭 변호사

강 의원이 하버드에 보낸 메일은
의원이 썼다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여당은 이를 근거로 검증에 나섰다

서울시장 선거가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 큰 격차로 뒤지던 나경원 후보가 바짝 추격해서 이제는 누구도 승패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사퇴한 이후 야권이 쉽게 이길 것으로 생각되던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이 정도로 선전을 하게 만든 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에서 출당된 강용석 의원이다. 강 의원은 박원순 후보의 학력을 비롯해서 아름다운재단의 모금 관련 문제, 심지어 참여연대의 활동에 대해서까지 전방위적인 공격을 했다. 한 사람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책 대결이 뒤로 밀리고 네거티브 공방이 전면에 등장한 것에는 강용석 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란 결국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후보에 관한 검증은 피할 수 없다. 후보가 그동안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고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강 의원이 시작한 ‘검증’ 활동이 얼마나 건설적이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검증은 책임 있는 주체에 의해서 공식적인 경로로 이루어져야 한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권자들이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보 유통에 대해서 책임이 따르는 사람이 검증에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일 나경원 후보 캠프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했으면 그 자체를 가지고 비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바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강용석 의원이 제기하는 문제를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하여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잃고 정치혐오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메일을 보면 그의 문제제기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강 의원은 하버드대학에 보낸 메일에서 박원순 후보가 하버드 객원연구원으로서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한다고 전제한 후 그 진위를 묻고 있다. 그러나 객원연구원이 학위를 받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박원순 후보도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한 사실은 전혀 없다. 그런 질문에 대해서 하버드대 당국이 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없다고 답신한 것을 버젓이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다. 이것이 네거티브 전략이 아닌 정당한 검증이라고 누가 주장할 수 있을까. 사실 강 의원의 메일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썼다고 차마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엉터리 영어에 예의 없는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근거해서 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전 시장의 잔여임기를 채울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든 구성원들이 불안해하고 심지어 대학생들마저 등록금 문제로 자살을 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서 가장 올바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책임 없는 사람의 황당한 질문으로 낭비할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 의원이 한나라당을 대신해서 네거티브 공세에 나섬으로써 복당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강 의원의 마음속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암묵적으로 그의 행동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차마 믿고 싶지 않다. 이틀 남은 선거,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토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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