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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1 19:12 수정 : 2011.11.21 19:12

김용익 서울대 교수·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

정부의 편협함에 힘들고
말 바꾸기에 정신이 없고
잔인함에 혀를 찬다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주변을 포용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이며 편협하게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기주의자는 큰 인물이 되기 어려울 것 같고 교과서마다 안 좋은 지도자 유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현실은 안 그렇다. 학교마다 그런 선생이 있고, 회사마다 그런 사장이 있으며, 정치권에도 그런 정치인은 많다.

이명박 정부 4년을 겪는 동안 우리는 많이 피곤해졌다. 정부의 편협함에 힘들고, 말 바꾸기에 정신이 없고, 잔인함에 혀를 찬다.

반대 정파는 물론 철저히 배제하고,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전라도와 충청도, 불교까지 다 배제의 대상이다. 남는 게 없다. 대기업, 부유층, 보수단체, 대구·경북, 영포라인 정도가 내 편이다. 북한은 무조건 배제해야 하고, 미국은 무조건 친해져야 한다.

정권이 시작되자 처음 시작한 일이 정부와 산하단체에서 ‘좌익’분자를 색출하는 일이었다. 그건 ‘숙청’이었다. 유능한 사람이 대신 들어간 것도 아니다. 국제적으로 칭송되던 인권위원회는 새 위원장으로 철저히 망가져 갔다. 엊그제는 건강보험을 파괴할 의향이 명백한 인물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장에 반노동적인 인물을 임명했다가 격렬한 분쟁이 일어나자 퇴임시키고 3년째 공석으로 두고 있다.

전 정부가 하던 일은 잘잘못을 막론하고 부정한다. 어느 정권이라도 핵심정책은 변경하지만 대다수 기본정책은 승계하는 법이다. 일일이 다 버리면 대체하는 데 힘만 빠진다. 그나마 끝까지 부정하지도 못하고 필요해지면 아무 설명도 없이 베껴다 쓴다. 뜬금없이 ‘동반성장’이 되살아나고, 선거철이 다가오자 행정기관 지방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새 정책이 나왔다 해서 들여다보면 전 정부 정책에서 말만 바꾼 게 대부분이다.

‘공산정권’을 인정할 수 없어서 평화의 기반이자 남한 경제의 돌파구였던 남북관계를 철저히 파괴하더니 이제 와서 대화를 하잔다. 그러다가도 대통령은 북핵을 거론하면서 찬물을 끼얹고 국방장관은 ‘적개심’을 불태운다. 가장 가관인 것은 지도에서 사찰을 지웠다가 불전에 예불 올리는 일이었다. 첫 방미에서 쇠고기를 내주더니 촛불시위를 겪자 그런 일 없다고 한다. 대운하를 추진하다가 안 되면 ‘4대강 살리기’가 된다. 죽지도 않은 4대강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유무역협정(FTA) 광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넣었다. 죽은 제갈량이 아쉬웠던 것이냐, 괜히 죽였다고 후회라도 한단 말이냐? 그러려면 왜 죽였나…. 모름지기 사람에게는 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할 일이 있다.

어떻게든 한명숙을 엮어 넣으려다 망신을 당했다. 박원순을 탄압하다가 서울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환경운동가 최열은 지금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이런 일을 당할까 봐 몸조심에 몸조심을 거듭했던 사람들이다. 거기 비하면 이 정부의 장관들은 전 정부에서라면 장관 엄두도 못 낼 사람들이다. 감사원장 후보였던 윤성식이나, 교육부총리 후보였던 김병준이 당한 모욕적인 청문회에 비추어 보면 국무위원 중에 이 기준을 채울 자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의 사고방식은 박정희와 그 후계자들의 사고와 정확히 그 궤도를 같이하는 것이다. 박정희가 군대식이었다면, 이명박은 상업적이라는 스타일의 차이 정도인가?

이 정부의 사고 속에 정말로 부족한 것은 무엇보다도 나라의 장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것이다. 박정희가 그나마 ‘조국 근대화’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 정부의 비전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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