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
입장과 생각은 다를지언정
모두들 본마음을 스스로 살펴
그로 돌아가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막 찍은 잉크가 묻어나올 듯한 새 달력을 걸고 칼럼을 쓰자니, 뭔가 새해 덕담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해에는 이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기원들이 신문에도 종종 나오지 않는가. 특히 2012년은 중요한 선거들이 있는 해라 그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이들도 많아 보인다. 취업을 못해 고민인 사람은 실업자가 없는 세상을 꿈꿀 것이다. 어제 김용익 선생님의 칼럼처럼 바람직한 사회·정치상을 펼쳐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모두들 본마음을 스스로 살펴 그로 돌아가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나 원하는 사회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말 그대로 본성이기 때문에 누구나 갖고 있는 것, 그것으로 돌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일 테니.
말하자면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 믿는다는 말이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어떤 논리나 신념에 의해 믿는다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생각된다. 그냥 내 마음을 살펴보았을 때 다른 사람도 그렇지 않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장과 생각은 다를지언정, 인지상정이란 말처럼 사람의 마음이란 어느 정도 보편적이기 마련이니까. 그런 마음의 실마리를 맹자는 네 가지로 정리했다.
약한 자를 연민하는 마음. 월드컵 축구를 볼 때도 한국 경기나 한국과 특별히 관계가 있는 팀이 아닌 한, 전력이 약한 팀이 골을 넣으면 환호성들이 터져 나온다. 실천은 하지 못해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 한번쯤은 품어봤을 거다. 이해관계가 걸리면 때때로 약자를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는 것도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고통을 보면 가슴 아파지는 것도 사람이다. 이런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시작하여 학교폭력 문제에도 빛을 비출 수 있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악을 미워하고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지난 세밑에만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 벤츠 검사 사건 등 굵직굵직한 비리 사건들이 터졌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하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처럼 남들의 부정에 대해선 욕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즉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도 속으로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손톱만큼은 있을 거다. 그 마음의 실마리로 돌아가자.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부정을 철저히 미워하자. 내 일이든 남 일이든 관행이라 합리화하지 말고 그러려니 넘어가지 않는다면, 훨씬 맑은 사회가 될 거다.
사양하고 예를 갖추는 마음. 며칠 전 경기도지사가 119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나 도지사인데 당신 누구냐?”라고 윽박지른 사건은 많은 사람을 당황케 했다. 그 사건이 알려진 것은 감히 도지사 앞에서 관등성명을 대지 않은 소방관들을 좌천시키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김문수 도지사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잃어버린 것일까. 에이, 잠시 깜박했던 것이겠지. 새해에는 인간의 본성을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새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 분명히 옳고 그름을 가려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옳고 그름을 가리고 싶어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난 모르는 일이라고 제치고 도망가는 것은 사람의 본성에 어긋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생각하고 가리고 선택하자. 민주주의 제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통로 아닌가.
맹자 왈, 이 마음의 실마리를 잡아 넓히면 온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 있다 하였다. 그런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