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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9 19:26 수정 : 2012.02.09 19:26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렇게 소통이 안 되고
경박하기짝이 없는 국방개혁 논의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군 상부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한 정부의 국방개혁안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회의 직전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애처로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방위는 아예 표결조차 하지 않았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김 장관은 선거를 앞둔 국방위원들의 출판기념회에 문턱이 닳도록 쫓아다녔다. 특히 국방부는 국회에 귀가 솔깃할 만한 파격적인 양보를 했다. 작년 12월에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국방부가 “국방개혁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법은 소음 피해로 고통받는 군의 전술항공기지를 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향후 기지 이전이 원활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당연히 대구·광주·수원 등 도심 군 공항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는 이 소식은 복음과 같다. 여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군 공항 이전에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대구·광주·수원의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국방개혁에도 협조적이거나, 최소한 반대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국방개혁은 우리나라 국방체제의 문제점과 그 개편 방향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는 ‘이익 거래’라는 이상한 국면으로 진행되었다. 여당은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단독으로 처리한 데 정치적 부담을 느꼈는지, 국방개혁은 여야 원내대표와 국방위원장, 여야 국방위 간사로 구성되는 5인위원회에서 합의해서 처리하기로 결정했고, 야당도 이에 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5인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국방부가 개별 국회의원들을 접촉하며 회유하고 설득하는 일이 이어져 왔다. 선거를 앞둔 국회의원들은 국방개혁 통과라는 카드를 흔들며 국방부로부터 하나라도 더 많은 전리품을 챙기려 했다. 여기에 국방부가 응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5인위원회를 다른 밀실협상이 대체해버린 것이다. 가끔 열리는 국방위의 국방개혁 공청회에서 일부 의원은 군정과 군령의 개념도 구분하지 못했고, 겉도는 토론이 지루하게 이어지며 국방개혁안은 통과도 아니고 부결도 아닌 애매한 상황으로 갔다.

1990년에 노태우 대통령이 통합형 군사제도를 표방한 국군조직법을 국회에 제출하자 당시 평민당 김대중 총재는 단식농성까지 하면서 이를 반대했고 막아냈다. 만약 현재 국방개혁안이 문제가 있다면 이를 낱낱이 밝히면서 확실히 반대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임무이지만 지금의 태도는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여당은 정권 말기에 예비역들의 눈치를 부담스러워하며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국 국회의원들에게 속을 다 까발려준 국방부만 낭패를 보게 생겼다.

그러나 국방개혁안이 실패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정권이 출범하고 지난 정부의 국방개혁을 재검토했다고 하는 청와대와 국방부가 3년 동안 현재와 같은 상부구조 개편을 추진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작년에 307계획을 표방하면서 참모총장이 합참의장 지휘를 받는 상부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는 깜짝쇼를 했다. 작년 1월에 국방개혁 과제를 검토하고 3월에 이를 발표했으니 두달 만에 해치운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반대하는 해군과 공군 예비역들은 “육군에 대해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개혁안에 반대하는 현역들을 “항명죄로 다스려야” 하며, “참모총장을 3성으로 강등하겠다”는 막말이 청와대로부터 터져나왔다. 결국 예비역을 설득해야 하는 국방부를 청와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고춧가루 뿌리는 일만 했다. 이렇게 소통이 안 되고 경박하기 짝이 없는 국방개혁 논의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잘못 논의되는 것보다는 논의를 안 하는 것이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게 실패 이유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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