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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4 19:14 수정 : 2012.02.14 19:14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새 학기 앞두고 학교 비정규직들이
속속 해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학교가 희망 대신 꼼수를 보여준다

자못 포근한 겨울을 보내는가 했더니, 때늦은 한파가 몰아닥쳤다. 2월로 달력을 넘기면서 먼저 봄을 준비하던 마음이 얼어붙어 버렸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법, 2월 중순을 지나면 봄 냄새가 슬슬 올라오겠다. 그리고 곧 3월. 파릇한 새순이 돋는 달이고 새순처럼 발랄한 아이들이 새 학년이 되어 떠들썩하니 개학하는 달이다. 내가 학교 다닐 시절에는 새 학년으로 올라간 3월이 되어야 진짜 새해가 시작된 것 같았다. 지금도 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여전히 그럴 것이다.

봄과 새 학기, 새 학년. 어디보다도 희망차게 시작해야 할 학교 현장에서 갑자기 찾아온 추위처럼 차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 비정규직들이 속속 해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법과 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학교가 희망이 아니라 꼼수를 보여준다.

학교 비정규직들은 누구인가. 학교 급식을 만들어주는 조리사와 영양사, 학교 행정 사무와 전산 실무 등을 지원하고 과학실습 준비를 돕는 사람, 학교 도서관의 사서, 상담실의 상담사, 장애학생의 활동을 돕는 사람, 기숙사의 생활지도원 등등 수십개 직종에 달하며, 초·중·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직원 중에서 4분의 1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이들이 없이는 학교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처우는 형편없이 열악하다. 학교 비정규직에는 연봉기준일수라는 게 있다. 방학 기간에는 근무하는 날이 적으니 그만큼을 일당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교직원이 방학 때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도 급여를 깎는 일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들은 그렇게 차별을 받는다. 게다가 비정규직이 으레 그렇듯 호봉이 적용되지 않아서 10년 넘게 일하더라도 임금은 매한가지. 물론 상여금도 수당도 거의 없다. 그리하여 365일 기준일수인 소수 직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달 월급으로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이다.

고용 불안은 어떠한가. 지난해 11월 정부는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을 시행하면서 하는 생색내기다. 또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 것.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규정을 보면 예산 감축이나 직제 개편 등 경영상의 이유가 있으면 계약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계약서를 매년 쓰지 않을 뿐, 임금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요 고용 불안이 덜해지는 것도 아니다. 학교 비정규직도 마찬가지. 학생 수가 감소하거나 교장이 예산이 없다고 하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그런 무기계약직마저 해주기 싫다고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계약해지해 버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 비정규직 중에서는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많다. 경력도 인정되지 않고 월급은 100만원도 되지 않으며 정년 고용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도, 잠시 거쳐가는 일자리가 아니라 평생 일로 생각하고 헌신한다. 학교의 다른 교육자들처럼.

아이들을 상대하고 가르치는 일들이다. 또는 직접 학생들을 상대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교육과 복지를 지원하는 일들이다. 요즘 불거진 학교폭력 사건들로 아이들을 탓하고 교육 현장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드높지만, 학생들만 문제인 게 아니다. 교육이 잘되고 아이들이 잘 자라나려면, 학교와 학교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밝고 희망차야 하지 않겠는가.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는 모습을 보여줘서 무슨 희망이 있을까.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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