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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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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제안은
교육 정상화를 넘어 대-중소기업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일 수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세 번 이사하는 이야기 ‘맹모삼천지교’를 서울 강남 8학군 열풍에도 비유할 수 있을까. 강남 8학군은 부동산 투기, 수도권 집중, 교육 양극화 등 우리 사회 여러 병폐를 압축하여 상징한다.
<서울은 만원이다>는 이미 1960년대에 나온 소설 제목이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의 양극화는 한 몸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들이 지역 중소기업을 외주-하청화하고 중소기업은 저임노동에 기대어 연명하는 반면 대기업의 조직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서 고용안정과 고임금을 보장받는 구조적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나라, 그런데 수도권 집중을 더 실감나게 하는 것은 지방의 인구감소이다. 1980년대 20만명이던 지방의 소도시 인구가 지금은 5만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얼마 전 통계 작성 40년 만에 수도권 인구가 감소했다는 식의 보도가 있었지만 정확히는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의 순유출이 순유입을 앞섰다는 것이 통계청의 발표였다. 무려 혹은 겨우 8000여명 앞섰다는데 그것만으로도 수도권 감소의 신호가 아니냐, 지역균형발전의 신호가 아니냐 기대들을 쏟아냈다. 2010년 수도권 인구는 실제로는 출생이 사망보다 14만여명 많아서 전체적으로 13만여명 늘었다.
문제는 수도권 유출 인구가 진출한 곳이 충청, 강원, 그리고 전북 북부까지만이라는 것이다. 영호남은 여전히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훨씬 많다. 그래서 이를 수도권의 축소가 아니라 수도권의 확장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도시철도 1호선이 천안·아산까지 연결되고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충청·강원권이 수도권으로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티엑스가 개통된 후 대구 사람들이 서울 병원을 찾고 서울로 쇼핑을 온다는 이야기의 연장이다.
이런 가운데 엊그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초·중등 혁신학교의 성공을 권역별 혁신대학으로 확산시킬 것을 제안하였다. 서열 위주 대학입시를 바로잡아야 초·중등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취지로 총·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관심을 촉구하면서 그 일환으로 권역별로 특정 국립대학을 혁신대학으로 지정하고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면서, 이 대학을 중심으로 권역별 대학혁신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공무원과 공기업의 직원 채용에서도 권역별 할당제를 결합하자고 제안하였다. 또 서울대를 비롯해 일부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지역균형선발’을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여 신입생의 25% 이상을 지역할당제로 선발할 것도 제안하였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하는 국가직업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전문대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구상이다. 기업 연계형 전문대학을 육성하자고 제안하면서 그는 전문대학의 등록금을 일단 반값 등록금에서 출발하되 점차 고교 무상교육과 함께 무상화해 나가자고 그 재원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김상곤 교육감의 제안은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넘어 권역별 ‘혁신대학’을 지역경제 발전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역 중소기업 발전을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의를 통해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여야가 앞다투어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는 정치의 계절, 서로 상대의 진정성과 현실성을 비판하지만 대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한편의 취업대란과 다른 한편의 중소기업 인력난이 공존하는 현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타개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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