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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을 처벌해 달라’고 검찰에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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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판사의 전화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정당하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내가 인터넷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듣거나 허위사실 유포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남편이 담당 검사에게 전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아내가 정치인이고 남편이 판사라고 해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언론이 판사의 전화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면 얼마든지 청탁 혹은 압력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 정당하고 필요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법관으로서 정도를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 쪽이 여기에 대해서 고소를 한 것은 그야말로 잘못한 것이다.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판사가 전화를 한다고 해서 검사가 압력을 느끼지는 않는다. 초임검사 시절 히로뽕 사범 단속을 한 일이 있다. 밤늦게 체포한 피의자의 조사를 마쳤는데 갑자기 피의자가 “검사님, ○○○ 판사 아세요?” 하고 묻는다. “모르는데 왜 그러죠?”라고 대답을 했더니 “저희 매형이세요” 한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연수원 기수로 한참 선배인 판사였다. 예의는 갖췄지만 격앙된 목소리로 처남이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이 아닌데 도대체 왜 한밤중에 사람을 잡아가느냐고 항의를 했다. 가족에게는 체포 사유를 알려주어야 한다.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입니다. 자백했고, 양성반응도 나왔습니다.” 일순 정적이 흐른 뒤 그 판사는 사과를 했다. “힘든 수사하시는데 괜한 전화를 해서 죄송합니다.” 나도 위로의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구속영장 청구를 했고 담당 판사가 영장을 발부해서 그 히로뽕 투약사범은 구속이 되었다.
나에게 전화를 했던 판사는 특별히 부당한 청탁을 하거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경위에선지 단속당한 사람들 사이에 판사 처남이 같이 구속되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때부터 검찰이나 법원이 취하는 조처 하나하나가 의심을 받았다. 단순 투약사범들은 관행에 따라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되었는데 이것도 그 피의자 덕분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 사건에서 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심하게 훼손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어떤 기자가 그 판사의 통화 사실을 알고 청탁이나 압력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면, 그것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판사가 검사에게 전화를 했더라도 압력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판사라기보다는 피해자의 남편 입장에서 전화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의례적인 답변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반인들은 판사의 전화를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관이 사적으로 피해자나 피의자의 입장에 처하더라도 담당 검사나 판사를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규정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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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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