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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3 19:20 수정 : 2012.03.13 19:20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공천받은 과학기술인은 7명 정도…
대덕연구단지와 여의도의 거리는
3억 광년쯤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신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공천 이슈로 넘쳐나고, 당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와중에 과학기술인들의 표정은 별로 밝지 않다. 모임마다 섭섭함을 안주 삼아 성토의 술잔을 기울인다.

이번 공천에서 모든 당을 통틀어 과기인은 얼추 7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만간 확정될 비례대표 후보에서 몇명이 더 나온다고 해도 1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그중 대부분은 18대 국회에서 뛰었던 현역들이니, 과기인 관점에서는 다음 국회도 이번 국회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이번 정부와 18대 국회 들어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사라졌고, 기초과학 분야 예산은 크게 증액했으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세종 행정복합도시 문제와 맞물리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주춤했다. 진작 설립하기로 했으나 아직 원장도 선임하지 못한 뇌과학연구원을 포함해 지지부진한 과학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4년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자리는 별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박사후 연구원이나 시간강사 등 계약직 문제도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했다. 기술 중심의 벤처회사가 설립되기 좋은 투자환경도 아니다. 대기업 중심의 기업 환경은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다음 정부와 19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 교육 이슈에 묻혀 과학기술 분야에선 제대로 일을 못했던 교과부에서 과기부가 떨어져 나와야 하고, 더없이 중요해지고 있는 정통부도 지식경제부에서 떨어져 나와야 한다. ‘소통에 젬병’인 오늘의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정부와 정당이 절실하다.

한데 애석하게도 이번 공천 지도를 보면 과학기술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각 정당이 지역구에 과기인을 많이 공천하고 비례대표에서도 높은 번호로 여럿 공천해주길 바라왔는데, 그럴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덕연구단지와 여의도 국회는 3억 광년쯤 떨어져 있는 것 같다.

하나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이게 무슨 ‘애 젖 달라고 우는 소리’인가? 과기인이라는 이익집단이 권리와 지분을 스스로 얻어내야지, 정당과 정부가 미리 관심 갖고 배려해주길 기다리면서 홀대한다고 투덜대기나 하는 게 적절한 태도인가?

미리 과학기술인 사회에서 적절한 후보자를 발굴했어야 한다. 발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치에 관심 있는 젊은 과기인들이 나타나면 경력을 쌓고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끌어주는 노력을 내부적으로 했어야 한다. 그들이 지역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역기반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주었어야 한다. 좋은 과기정책들을 발굴하고 과기인 스스로 그린 정책지도를 마련해 각 정당에 알리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이공계 기피 현상’ 같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 ‘시름’으로 세상이 우리를 배려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스스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그것이 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부족했다.

공천 때만 되면 각 정당은 ‘참신한 인물’을 찾는다. 국민들은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소영웅이 나타나 국회를 개혁해주길 바라고, 이 기대감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당은 참신한 인물을 찾는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에선 오랫동안 시민단체나 국회, 정부, 학회 등에서 발로 뛰고 진흙탕을 굴렀던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들을 과기행정과 과기정책에 깊은 지식과 오랜 경험을 가진 제대로 된 정치인으로 키워야 한다. 배려만 목 빼고 기다리지 않고, 홀대에 투덜대지 않는 그들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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