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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9 19:15 수정 : 2012.03.19 19:15

윤석천 경제평론가

우린 아직도 북한 땅에 어떤 광물
자원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른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광물 분쟁이다. 2010년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촉발된 이후 두번째다. 당시 중국은 센카쿠열도 분쟁의 전략적 지렛대로 희토류를 이용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의 광물자원에 대한 수출 제한이 시발점이 되었다. 이에 미·일·유럽연합(EU)이 연합해 세계무역기구에 분쟁 중재를 공식으로 요청하면서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두 희토류가 귀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만, 귀하다는 게 희소해서는 아니다. 현대 첨단산업의 필수재이기 때문에 귀한 것이다. 희토류 하면 희소성을 떠올리지만 이는 이름으로 인한 오해다. 오히려 흔하다. 매장량으로 보면 금보다 많고 납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희토류가 이렇게 전쟁이라는 이름을 달고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중국이 공급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 수요의 95%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매장량은 30% 정도다. 매장량 대비 공급 독점이 극심하다. 이유가 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에 뛰어든 건 1990년대부터였다. 전에는 주로 미국이 생산했다. 그런 미국이 생산을 멈춘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생산에 부수되는 방사능 오염을 비롯한 치명적 환경파괴 때문이었다.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 때문에 생산을 중단했다. 굳이 환경을 오염시키며 비싸게 생산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중국에서 싸게 사서 쓰면 될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희토류 건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서방의 명분은 너무 약해 보인다. 중국만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자원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하지만 희토류는 미국 등 서방에서도 맘만 먹으면 생산이 가능한 자원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중국보고 그 부담을 온전히 안으라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

중국은 억울할 수 있다. 자신들 땅을 오염시키며 세계를 위해 싼 가격으로 공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 자국 인민의 싼 노동력으로 세계인의 욕망을 충족시킬 이유 또한 없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2010년 현재 전세계의 희토류 수요는 금액기준으로 약 30억달러, 2015년이 되어야 92억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면 중국의 교역규모로 보아 절대 큰돈이 아니다. 배고플 때야 물불 안 가리고 캐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엇보다 희토류의 수요·공급은 단기적으로 비탄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론 그렇지 않다. 공급은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늘 것이다. 매장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요는 대체기술·대체재의 개발로 급격히 늘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그만큼 중국의 독점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중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수출제한을 통해 가격을 급격하게 올려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보듯 최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반면 서방은 최대한 자신들의 자원을 보존하면서 중국을 압박해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은 지정학적 분쟁과 맞물려 단순한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다. 자원의 유한성은 자원 무기화, 자원 전쟁의 가능성을 높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갈은 가속화된다. 그만큼 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도 깊어질 것이다. 한국은 그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원 빈국의 숙명이다. 대책이 있어야 한다. 굳이 먼 데서 찾을 필요는 없다. 우린 아직도 북한 땅에 어떤 광물자원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른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북한의 자원이 중국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북한은 한국의 미래이고 한국은 북한의 미래여야 한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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