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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5 19:11 수정 : 2012.04.16 10:25

금태섭 변호사

폭로는 ‘극대화 시점’을 노렸다
여성·노인·교회 등 메뉴도 치밀하다
야당 지도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선거 직전에 쏟아지는 보도가 모두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나온 기사 중 가장 믿기 힘든 것을 들라면 단연 막말 동영상의 발견 경위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4월2일, 노원갑 이노근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자가 동영상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김구라씨의 김용민 후보 지지 동영상을 보게 됐다고 한다. 역시 ‘우연히’ 김구라, 김용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막말 동영상을 발견했고, 그날 새누리당 중앙당이 공개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꼼수 멤버인 김씨가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처음 보도된 것은 2월 중순이다. 여당 후보는 물론 중앙당에서도 그에 대한 검증을 했을 것이다. 인터넷방송 동영상 정도는 이미 다 찾아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절한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후보로 확정되고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아 방어가 어려울 때가 바로 그때다. 나꼼수 자체도 거침없는 말투와 욕설로 유명한데 이에 대한 공격이 별로 없었던 것은 결정적 한방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설사 그 추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 자료를 확보했을 때 가장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노출 시기를 고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응이다. 야권이 막말 파문 국면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쉽기 짝이 없다.

악재가 터지면 당연히 표가 깎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허위사실이나 왜곡된 악선전이 아닌, 분명한 잘못이 있을 때는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그걸 없었던 일로 돌리고 싶어 하는 것은 되지도 않는 일을 바라는 것이다. 선제적으로 사과를 하고, 이쪽에서 먼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상대방에게 끌려가는 것을 피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김용민
일각에서는 막말 파문이 선거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쟁점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지지자들을 상대로 비판을 하지 말고 감싸주어야 한다고 강변해봤자 악재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어차피 내부와 외부의 비판은 나오게 되어 있다. 그것을 고려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곽노현 사건, 이정희 사건 등 비슷한 일이 터졌을 때마다 야권에서는 무조건적인 옹호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런 대응은 피해를 최대로 키우게 된다. 방어의 대상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악재는 한번에 전체가 터져 나오지 않는다. 조금씩 ‘흘리면서’ 막으려는 쪽을 만신창이로 만든다. 여성, 노인, 교회 비하 발언이 차례로 공개된 이번 ‘막말’ 파문의 모습이 딱 그렇다. 반대쪽의 사례를 보면, 이털남(인터넷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을 통해서 일부씩 공개된 장진수씨의 녹취록이 민간인 사찰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도 마찬가지다.

선거 패배 책임을 김용민씨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야당의 전략 부재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어느 선거에나 네거티브 공세는 있다. 대선에서는 더 심해질 것이다. 불리한 쟁점이 나왔을 때 대응하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권은 항상 ‘사실상의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막말 파문 와중에 일각에서는 “비를 같이 맞아 줍시다”라는 말도 나왔다고 알려졌다. 감동적인 얘기지만 틀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가 오면 해야 할 일은 우산을 꺼내드는 것이다. 여럿이 함께 비를 맞는다고 해서 옷이 젖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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