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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6 19:20 수정 : 2012.04.16 19:20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유력 주자에게 구애하는 일이나
폭로성 사건 한두건에 매달리면
야권은 패배의 길로 가기 쉽다

‘오너정당’의 발걸음은 빠른데, 야당은 아직 내부 진통 중이다. 내부의 잘못을 너무 심하게 타박하면 상처만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빨리 수습하고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범여권과 야권의 정당지지율은 엇비슷하게 나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대선에서도 거의 그대로 간다고 본다면, 결국 이번에 투표하지 않은 46%의 유권자를 끌어내는 쪽이 승리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야당 지지 가능성이 높은 청년들을 움직이는 것이 대선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선거판이 흑색선전, 색깔시비, 진흙탕으로 변하면 청년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여당은 승리를 위해 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고, 주류 언론은 이번에 김용민의 8년 전 막말을 민간인 사찰 등 현재의 심각한 정권 범죄보다 더 위험한 사건으로 만들어버렸듯이 대선에서도 국민 홀리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은 애초부터 ‘정권 심판론’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보수세력의 구조적 힘을 과소평가하고, 그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과감한 대안과 인물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한 야권 자체에 근원적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 관료, 사법, 언론, 학계 등 국가 주요 집단의 8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막강한 여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빈곤과 불안에 신음하는 하위 80%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 가슴에 불을 댕기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대선 승리에 조바심이 나서 유력 주자에게 구애하는 일에 당의 운명을 걸거나, 지난 대선 때 야당이 비비케이(BBK)에 기대했듯이 폭로성 사건 한두건에 매달리면 패배의 길로 가기 쉽다.

현재 야권의 가장 큰 자산과 동력은 140명의 의원들이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의원들이 각기 적어도 3개 이상의 입법 의제를 국회 개원 시점에 공개적으로 제시하여 자신의 정책이 현 정부·여당의 정책과 어떻게 다른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100여명의 지역구 의원들과 낙선한 후보들이 지역을 순회하여 선거운동 당시보다 더 열심히 민의를 수렴하여 전국적인 보고대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기초로 국가의 발전전략을 제시한다면, 선거 지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빨리 나타나 각자의 정책과 비전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돌입하면 상당한 흥행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영호남 모두에서 지역주의가 후퇴하는 조짐을 보여준 점은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그래서 중소기업가·자영업자·노동자·청년의 불안과 고통을 묶어내는 계층별 맞춤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영남·충청·강원 등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이 ‘운동 정치’의 비판에 환호하기보다는 ‘구린 점이 있지만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기웃거린 것은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재벌개혁 등 야당의 대안이 그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야권 인사들은 구한말의 만인소(萬人疏)와 같은 것을 조직해서 지방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지난 시절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화, 남북화해, 경제 등 시대정신이 나름대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오늘의 시점에는 양극화 해소, 사회 전반의 공정과 공평의 실현, 복지, 평화통일이 바로 이 시대의 정신이다. 여권은 비전을 제기하지 않고도 기본은 깔고 들어가지만, 야권은 통 큰 비전을 제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정신은 야권의 편이니 너무 주눅들 필요가 없다. 야권은 지방과 서울에서 시끌벅적한 만민공동회를 열어서 소외된 사람들이 소리치게 해야 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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