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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9 20:18 수정 : 2012.04.29 20:18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민주당 이야기만 하면
사회는 보이지 않는다
누굴 위한 누구의 정당인가

정당 연구를 전공한 정치학자들과 한담할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지난 선거와 민주당이 화제가 되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그런데 민주당은 대체 어떤 정당이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 보니 중요한 질문인데도 깊이 따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념적으로는 어떨까.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뭔가 공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자유주의를 말하는 걸까. 자유주의와 자유주의가 아닌 것으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구분할 수 있을까. 진보, 보수의 기준으로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이 보수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그럼 민주당은 보수정당인가 아닌가. 진보 쪽으로 많이 옮겨왔지만 그래도 보수정당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이념적인 기준은 상대적인 거니까 이제는 진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5년 전에는 “중도 실용”을 내세우며 보수 쪽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진보로 온 거니까, 실용주의 정당이라고 보는 게 옳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지. 보수 실용, 중도 실용, 진보 실용, 다 되는 정당은 무슨 정당인가.

이념적인 정체성 말고 다른 기준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사회적 기반은 어떨까. 민주당은 누구의 이익과 열정을 대표할까. 민주당 스스로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말하는데, 그 말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 어떤 계층이 가장 이득을 보았나를 준거로 삼는다면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용불량자 문제나 비정규직 증가, 불평등 심화,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이 거론되었는데, 혹자는 아예 삼성이 가장 혜택을 많이 봤고 또 삼성의 보고서에 의존한 삼성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지나친 해석으로 보는 사람은 누가 재벌의 이해관계를 당내에서 대표하는지를 물었다. 경제관료 출신 국회의원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던 사람이 공천에서 배제된 사례도 이야기되었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특정 계층 대표성도 직능 대표성도 분명치 않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오히려 뚜렷한 게 있다면 지역 대표성인데, 흥미롭게도 이번 선거에서는 수도권이 부각되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젊은 세대가 민주당으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 역시 설득력이 약했다. 민주당의 최대 문제는 지역구마다 청년위원장을 맡길 청년이 없다고 할 만큼 젊은 사람들이 당에 들어오지 않는 데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어떨까. 누가 당을 이끌고 있나. 대부분 “친노”라고 답했다. 친노가 뭐지. 친노와 친노가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될까. “그건 당내 권력자원의 특징을 말하는 것일 뿐, 정책이나 이념은 큰 상관이 없지.” 그런데 당 대표와 당 대선후보를 강제로 분리하는 제도를 본 적이 있는가. 아무도 그런 사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이상한 제도를 갖게 된 걸까. “누구도 서로를 믿을 수 없으니까. 신뢰가 아니라 신뢰할 수 없음을 제도화한 거지.” 그게 작동이 될까. “안 되니까, 리더십 교체가 계속되는 거지.” 그럼 이해찬과 박지원의 연합을 어떻게 봐야 하나? “친노가 약해지니까 친디제이와 연합해 권력자원을 과점하려는 거지.”

이런 식의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결국엔 모두가 지루해졌다. 친노, 비친노, 이렇게밖에는 설명이 안 되나. 왜 민주당 이야기만 하면 사회는 보이지 않는 걸까.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누구의 정당인가. 언제까지 김대중, 노무현으로 회귀하는 복고적 열망일 것인가. 민주주의 정당이론을 좌절시키는 이 무력한 현실은 뭔가. 누군가 말했다. “미스터리지, 뭐. 민주당 미스터리!”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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